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등에 대한 확전 가능성이 높아지자 아랍권은 물론 영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반대의사를 보여 미묘한 갈등이 일고 있다.
미국이 이번 전쟁의 목표를 오사마 빈 라덴 제거로 국한하지 않고 다른 나라들에 대한 공격도 시사하고 나서 테러 전쟁이 의외로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은 공습 이틀째인 8일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대사 명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공격을 받은 국가에 대해 자위를 허용하고 있는 유엔 헌장 제51조에 따라 아프간을 공격했다"고 밝히고 "우리는 자위를 위해 다른 조직이나 국가들에 대한 추가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는 테러 전쟁이 9·11 연쇄 테러의 주모자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 이외로도 확전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미국의 우방들이 이라크 등에 대한 확전을 놓고 엇갈리는 견해를 보이고 있고 아랍권은 물론 러시아 등의 반대가 뻔해 확전 여부는 앞으로 테러 전쟁을 위한 국제 연대 결성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최대 우방인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룩셈부르크 방문 도중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현재의 합의는 아프간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라며 확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을 방문한 조지 로버트슨 NATO 사무총장도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동한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토의 승인은 9·11 사태와 관련되고 책임이 있는 자들을 다룬다는 것을 토대로 한 것'이라며 확전에 대한 반대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지난 9일 대(對)테러 전쟁이 아프가니스탄외 여타 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는 미국의 경고로 상당수 유엔 회원국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이슬람회의기구(OIC) 5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10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대한 군사공격을 다른 어떤 아랍국가나 이슬람 국가로 확대하는데 반대한다"며 강경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슬람권 외무장관들은 이날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회담을 가진뒤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이번 군사공격을 테러범들에 국한시켜야 한다며 "테러와의 싸움이라는 구실로 어떤 이슬람이나 아랍국가가 공격받는 것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OIC 회원국들은 또 테러와의 전쟁이 유엔 주도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 미 주도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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