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칭다오시 농업의 놀라운 모습을 얘기한 바 있지만, 거기서 또하나 주목된 것은 그 밑바닥에 든든히 자리 잡은 외국자본이라는 추진력이었다. 청양(城陽)구의 상마 신세기 농업원의 100만평 첨단 농업단지를 키운 것 역시 네덜란드.일본의 자본이었다.
네덜란드 투자업체는 본국서 종자까지 가져와 중국 내수는 물론 수출용 채소.화훼류를 재배하고, 일본업체는 수출용 가공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농업원 관리위원회 쟝뤼시안(姜祿先) 주임이 설명했다. 풍부한 노동력, 값싼 임차료, 저렴한 원료비 등에다 외자의 첨단 기술을 접목하면 국제 경쟁력은 물론 자체 기술 발전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외자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한 청양구 외사교무판공실 쑹삥하이(宋炳海) 부주임은 한국어로 된 투자 안내서를 내 보이면서 "한국인 투자를 언제든 환영한다"고 했다.
옌타이(烟台)시는 이미 한국자본 투자를 유치해 낸 성과를 자랑하고 있었다. 부산에 사는 한 화교는 이곳에 김치공장을 차려 한국.일본으로 수출 중이며, 다른 외자들은 주로 채소류 쪽에 진출하고 있다고 외사판공실 장궈둥(章國棟) 부주임이 알려줬다. 한국의 한 대학에서도 우유공장을 세우는 등 다른 산업까지 포함해 600여개 한국업체가 활동 중이라는 얘기였다.
랴오닝(遼寧)성 수도 선양(瀋陽)에서 만난 성정부 농업청 서열 3위라는 왕창훙(王長宏) 청장조리(助理)는 "이곳에도 이미 농업에 대한 외자의 다양한 투자 의향이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벼.야채.과수 등으로 분야도 다양하다고 소개한 그는 "농업청에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며 경북 농민들의 현지 농업을 권하면서, "우리보다 앞서 있어 배울 점이 많다"고 한국 농업을 추켜 세우기까지 했다.
자리를 함께 했던 외사외경처(外事外經處) 펑데충(憑德崇) 부처장은 "필요한 만큼의 농지를 30년 장기간 빌려 주겠다"며, 헤어질 때 두툼한 영문 투자 안내서와 2권의 칼라 농업 자료집을 건네 줬다. 그는 한국의 한 기업이 단둥(丹東)시 봉성현(縣)에서 한국종 콩을 재배해 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외국의 선진 기술 수입을 위해 일본 2개현, 미국 3개 주와 농업분야 교류를 하고 있고 경북도청과도 교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자유치 열기가 뜨겁기는 인근 지린(吉林).헤이룽쟝(黑龍江) 성에서도 마찬가지. 지린성 농업위원회 대외경제처 가오쟌펑(高劍峰) 처장은 이곳 투자 장점들을 일일이 강조하더니 특히 벼농사 투자가 괜찮다고 추천했다. 또 다른 간부는 연 250만t의 고기를 생산해 닭고기는 한국.일본으로, 소고기는 중동으로 수출 중이라면서 목축업 분야 투자를 권했다.
이들은 지린성 곡물 생산량 2천300만t 중 가장 비중 높은 옥수수(1천700만t) 처리를 위한 외자 공장 성공 사례를 자랑스레 소개했다. 성도 장춘에 1998년 3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세워졌다는 장춘따청옥미(長春大成玉米) 개발공사는 처리 능력을 당초 30만t에서 50만t으로 확충한 뒤 2005년까지는 420만t으로 늘릴 계획이라는 것. 이 공장 관계자는 생산량의 60%를 한국 등으로 수출하고, 작년엔 쟝쩌민(江澤民) 당총서기가 둘러보는 등 공산당 고위 간부들의 견학장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활발한 지린성은 1994년 강원도와 교류협정을 맺어, 강원도청이 장춘에 직원 3명의 무역사무소를 개설해 놓고 있기도 했다. 사무소 유원종(劉元鍾) 수석대표는 "강원지역 4천여개 기업체의 현지 진출과 양지역 농산물 관련 수출입 업무를 돕고 있다"며, "한 벤처 농업기계 업체의 내몽고 수출 상담과 현지 합작투자 등 중국 진출에 관심 있는 국내업체의 상담이 적잖다"고 했다.
유 대표는 또 1999년에 이미 지린성 퉁허(通河) 지역에 한국 자본이 들어 와 작년부터 녹색식품 생산이 시작됐으며, 또다른 곳에도 한국자본이 진출하는 등 농업분야 외국 투자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지린성과 이웃한 헤이룽쟝성 성도 하얼빈(哈爾濱)에도 한국기업 쌍태(雙太)전자실업공사가 1990년대에 이미 일찌감치 진출해 있었다. 한국기업 진출 1호라는 이 회사 정강환(鄭康煥) 대표는 "소형 벼 도정기와 비닐 피복기 등 농업기계를 보급하면서 최근엔 건강 과즙음료도 생산 중"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한국은 농업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 많고 한국농업을 위해서도 이제 쌍방 협력을 고려할 시점이 됐다"고 진단했다. 또 헤이룽쟝성에선 샨쟝(三江).쟈무스(佳木寺) 등 대평원에도 한국기업이나 개인들이 다소 진출해 있다고 전했다.중국에선 화훼 분야에서도 외자 유치가 활발해 윈난(雲南)성에선 무려 800만ha나 되는 아시아 최대 화훼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고, 베이징.상하이 등에도 한국.미국.일본.네덜란드 등 외국 투자회사가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로 외국인 투자 발길이 더욱 빈번해져 이 분야 변화가 더 촉진될 것이라고 현지인들은 내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투자는 한국인들에 의해 이뤄져 국내 시장으로 역수출의 길을 뚫고 있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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