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자 실업대책 예산만 낭비

입력 2001-10-09 12:27:00

심각한 사회문제인 고학력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인턴제와 취업연수사업이 열악한 임금수준과 낮은 고용안정성으로 외면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지자체가 예산을 전용해 마련한 대졸실업자 취업대책이 당초 기대한 실질적 고용증대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해당 기업에 인건비 지원만하는 꼴이어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부는 다시 불어난 대졸자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추경예산 250억원을 편성, 전국적으로 1만명규모의 정부지원인턴사업을 펴기로 하고 최근 신청자를 접수한 결과 지원율이 종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대구·경북지역 각 고용안정센터의 경우, 지난달 16일부터 6일까지 인턴사업 신청자는 1천130여명에 그쳐, 올 상반기 참여인원 3천520명, 지난해 하반기 5천590명을 크게 밑돌았다.

북부고용안정센터 관계자는 "정부가 대졸미취업자를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3개월간 1인당 월 50만원을 지원하고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3개월간 추가 지원하는 점 때문에 대구.경북지역 사업장에서 1천222명을 신청했다. 하지만 청년실업자는 1천130명만 구직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올 하반기 취업시장이 유례없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이처럼 고학력자들이 정부의 인턴사업을 외면하는 것은 낮은 수준의 급여에다 중도탈락율마저 높기 때문이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노동부가 올 상반기 인턴사원 2만8천여명의 임금을 분석한 결과, 평균임금이 71만여원에 불과해 법정 최저임금(47만여원)보다 별로 높지 않으며, 상당수 사업주는 정부가 지원하는 50만원선에서 임금을 지급하고 있어 대졸자들 사이에 불만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열악한 근로환경 때문에 고용유지율도 갈수록 감소, 올 노동부 국감에서 오세훈 국회의원은 지난해 인턴사원 수료자 4만3천600명 가운데 계속 고용은 올 4월 현재 2만3천600명(41.7%)에 불과해 중도탈락자가 절반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대구시도 대졸자들의 실업 해소를 위해 공공근로사업예산 8억3천여만원을 전용, 이 달부터 연말까지 전문대졸 이상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인턴제와 유사한 취업연수사업을 펴고 있으나 당초 계획인원(400명)의 절반인 194명만 참여하고 있다.

영남대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정부실업대책은 모집인원과 예산만 할당하고 끝날뿐 학생들의 취업선호도 파악이나 실질적인 고용효과를 위한 대학과의 유기적 협의까지는 미치지 못해 실업정책 불신만 쌓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