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여와 야의 의기투합

입력 2001-10-08 14:08:00

사사건건 맞서서 헐뜯고 싸우는 여야(與野)지만 무조건 의기투합, 만장일치가 되는 경우도 가끔씩은 있다. 그 첫번째가 의원세비(歲費)인상안. 여야 어느 한쪽에서 "의정활동비가 턱 없이 모자라는데다…"어쩌고 하면서 의안을 상정하면 무조건 "옳소"다. 무소속 후보들의 의회 진출을 결과적으로 막는 '법적(法的장치'라면 이 또한 기꺼이 OK다.

0..그런가하면 기성 정치권의 권익옹호를 위해서는 여와 야가 따로 없이 손발이 척척 잘도 맞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9월3일의 '돈세탁방지법'국회통과다. 정치자금의 흐름을유리알처럼 투명하게 해서 금권선거의 폐단을 막자는 취지의 이 법안은 깨끗한 선거풍토를 위해서는 필수불가결의 것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어찌된 셈인지 떨떠름한 모습으로 이를 팽개쳐 두었다가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통과시킨 법안의 핵심이 바로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사전 통보제도'도입이다.

0..사전 통보제도란 검찰이나 경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 증거와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선관위에 정치자금법 위반 사실을 먼저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선관위는 통보 받은사실을 다시 정치인에 통보, 소명할 기회를 줌으로써 나쁘게 말하면 증거인멸을 하고 또 방탄(防彈)국회를 열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게 사전 통보제도다. 말로 하자면 돈세탁방지법은 정치자금의 투명화는커녕 되레 정치인이 불법자금을 떡 주무르듯 만질수 있도록 하는 면죄부를 마련해준 꼴이 되고 있는 것이다.

0..이런 터수에 10월4일 국회에서 통과된 공직선거법은 국회의 문턱이 얼마나 높은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이 법은 지난 7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국회의원 기탁금을 현행 2천만원에서 겨우 1천500만원으로 내린 것으로 여야의원들이 얼마나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한지를 다시 한번 드러내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여야는 후보 난립을 막기위해 기탁금을 너무 낮출 수 없다고 한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너무 과열, 자칫 기탁금을 낮추다간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없지 않다는 의견도 일리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입후보에는유권자 300인이상 500인 이하의 추천이 필요한만큼 후보난립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만큼 기탁금을 아예 없애거나 1천만원 이하의 소액이 마땅하다는 중앙선관위 설득력을 얻고 있는것이 현실인 것이다. 틈만 나면 제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면서도 입만 열면 나라 걱정밖에 없는듯한 그들의 위선(僞善)에 신물이 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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