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가을 축제' 무산 위기

입력 2001-10-05 12:22:00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가 현재의 용병제도에 반발, 4일 포스트시즌 보이콧을 전격 결정해 야구계에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7일부터 시작되는 두산-한화의 준플레이오프를 비롯,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등 프로야구의 「가을 축제」가 출범 20년만에 열리지 못하게 될 위기를 맞았다.

▲무엇이 문제를 불렀나

98년부터 시행된 외국인선수제는 팀 당 2명 등록, 2명 출전을 유지하다가 올해부터 3명 등록, 2명 출전으로 확대됐다.

선수협은 지난 8월 열린 선수관계위원회를 통해 외국인선수 축소를 KBO에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이달 열린 8개구단 단장회에서도 용병 축소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9월7일 8개구단 사장단이 모인 이사회에서 내년에도 외국인선수제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 선수협의 강력한 반발이 예고됐다.

▲선수협동향

선수협은 4일 홀리데이인서울호텔에서 대의원 총회를 열고 현행 팀당 「3명 등록, 2명 출전」제도를 「2명 등록, 2명 출전」으로 줄이지 않으면 포스트시즌 참가를 거부한다는 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벌여 찬성 43표, 반대 4표로 PO 보이콧을 결정했다.

이호성(기아) 선수협 회장은 「대졸 야구선수의 90%가 실업자가 되는 실정인데도 사장들은 눈앞의 팀 성적에 급급해 외국인선수들의 숫자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수협은 「선수들은 포스트시즌에 나서지는 않지만 훈련은 소속팀에서 계속 할 예정이며 7일 이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긍정적인 제의가 오면 보이콧 철회를 고려할 수 도 있다」며 협상으로 사태를 해결할 창구를 열어 놓았다.

▲구단의 대응

선수협이 4일 선수대표 40여명이 KBO를 방문, 용병축소를 공식요청햇으나 8개구단 사장단은 강경 입장을 고수,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상국 KBO 사무총장은 『선수들의 포스트시즌 보이콧은 지난 1월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의 중재속에 양측이 서명했던 합의문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 합의문에는 「프로야구 관중 600만명이 될 때까지 사단법인 설립을 유보하고 선수협 집행부는 백의종군하며 단체활동을 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됐다.

한 구단 사장은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을 볼모로 단체 행동을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며 내년 시즌의 외국인선수제는 이미 결정돼 각 구단이 용병 수급작업을 추진중이기 때문에 번복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향후전망

일단 양측은 파국을 막기 위한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KBO는 5일 야구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선수협의 포스트시즌 보이콧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장단 간사를 맡고 있는 한화 이글스 이남헌 사장은 『선수협의 요구 조건이 내년부터 당장 용병 수를 줄이라는 것인지, 2003년이후 점진적인 축소인지를 정확히 파악한 뒤 대응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여 대화의사를 밝히고 있다.

선수협도 KBO에서 협상제의가 오면 대화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전격적인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99년과 지난 겨울에 이어 3년째 벌어지는 선수협 파동으로 만약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프로야구는 재기불능의 상처를 입을 수도 양측이 여론의 압박을 받는 것도 사태해결의 희망적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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