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지금 혼돈 상태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때로는 나침반을 잃고 어둠 속에서 표류하는 난파선에 실려 있는 감도 없지 않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권언(權言)간의 갈등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이 치열한 패싸움으로 번지거나 지식인의 언로(言路)를 차단하고 봉쇄하려는 '보이지 않는 정치적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데 있다.
▲더구나 문화예술인이 세태에 대해 발언한다고 해서 정치적으로만 해석하고 매도하는 풍토는 곤란하다.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동서고금의 많은 작가들이 그랬듯이 우리는 정치 현실을 냉철하게 비판하는 발언을 끊임없이 해줄 수 있는 용기 있는 작가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품으로만 말하라'는 화두를 솔제니친에게 던진다면 그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소설가 이문열씨가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곡학아세(曲學阿世) 논쟁'을 이번엔 소설화해 또 한 차례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문학' 10월호에 기고한 유장한 의고체의 단편소설 '술 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에서 이씨는 요란한 시비 끝에 '광려산 글집'으로 낙향한 '저 사람'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 아무개를 통해 일련의 논쟁에 대해 피력하면서 최근의 현실과 정치풍토, 시민단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관(言官) 없는 조정(朝廷)을 원하나'라는 벽서로 일어난 큰 소동에 관련해 언급한 대목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여기서 이씨는 '저 사람'을 '곡학아세'로 몰아세우다가 일이 잘 안 풀리자 '비가당자(非可當者.가당찮은 놈)'라고 욕설을 퍼부은 한 여성 의원을 향해 '개는 각기 주인을 위해 짖는 법이지만, 함부로 짖고 물다가는 주인을 욕보이기도 하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또 '한때는 그 주인을 여지없이 나무랄 궁리도 해보았다'고 쓰고 있다.
▲이씨는 소설 '술 단지와…'의 내용이 '본인의 경험과 닮은 부분은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주인공과 같은 사람에게 돌아가 쉴 고향이 남아 있는지 생각한 작품'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또 어떤 논란이 빚어질지 궁금하다. 소설은 근본적으로 허구이며 상상력의 소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아무튼 논리적인 토론이 아닌 감정적 인신공격만은 자제돼야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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