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인사는 곧 통치이다. 인사를 올바르게 할 경우 통치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능력과 식견, 경륜있는 인재를 구해서 합당한 자리, 적소(適所)에 기용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에 옛날 임금들도 나라가 어려울수록 은둔한 천하의 현사(賢士) 탁재(卓材)들을 구하려고 노심초사하지 않았는가. 동서고금을 통해 인사를 제대로 해서 나라를 더욱 번성케한예는 많다. 반대로 능력과 식견도 별로없는 인사들을 전근대적인 지연, 학연, 혈연 등 사적인 인연으로 기용하여 여지없이 실패한 경우 또한 부지기수인 것이다. 인사를 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능력과 성실성, 공정성, 합당한 자리, 그리고 적절한 발탁 시기가 그것이다.
1992년 12월 김영삼 대통령(YS)이 당선된 후 '인사는 만사(萬事)라며 공정하고 바른 인사를 선언했을 때 국민들은 박수로 환영했다. 하지만 첫 내각 구성에서 박양실 보사부장관, 김상철 서울시장 등이 갖가지 의혹으로 도중하차했다. 사전에 충분히 검증과 확인도 하지 않고 깜짝쇼하듯 기용하는 바람에 국민들을 당혹케 한 것이다. 그뿐인가.
가신인 홍인길, 장학로씨 등의 부정과 아들인 김현철씨의 국정개입의혹 등은 YS정부를 송두리째 흔들리게했다. 결국 YS정부를 추락케한 한보사건, 외환위기도 따지고 보면 인사실패가핵심적 원인인 것이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고만 셈이다. 김대중 대통령(DJ)은 당선 전후에 국민들이 귀를 기울일만한 다짐을 했다.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 "임기 안에 지역 감정을 뿌리뽑겠다", "국민을 하늘처럼 여기겠다", "약속한 것은반드시 지키겠다". 이 얼마나 멋진 선언이요 공약인가. 그러나 DJ정부 3년7개월이 지나는 동안 이러한 다짐이 얼마나 이행됐는지는 국민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부의 상당수 요직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었다는 소위 편중인사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나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등….
이번 이한동 총리의 유임,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의 해임파동, 한광옥 민주당 대표 논란 등은 바른 인사, 공정한 인사의 원칙에 비추어볼 때 씁쓸한 느낌을 갖게 한다.
8.15 평양대축전 소동의 책임과 관련한 임 장관의 해임안은 DJ와 김종필 명예총재(JP) 간의 뚝심 대결 끝에 결국 가결되었다. 물론 DJ가 국민의 정부의 최대업적인 햇볕정책의 구상-입안-실행을 함께 관여, 주도해온 임 장관을 방어하려는 심경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국회의 결의는 막을 수 없는 대세였다. 그런데 DJ는 물러난 임 전장관을 일주일만에대통령특별보좌관으로 기용했다. 이것이 과연 민의를 하늘처럼 존중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국민의 대표들이 의결한 만큼 단 일개월이라도 지난후 재기용했어야 했다. 한광옥 새 여당대표는 30여년 경력의 고참 당인이고 4선 국회의원을 역임하는 등 당대표를 맡을 자격과 관록은 충분하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장에서 바로 대표로 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민주 정당의 생명은 당내 민주화를 통한 자생력(自生力)이다. 정무회의에서 승인하는 절차는 거쳤지만 결코 보기좋은 모습은 아니다.
DJ는 한 대표를 2, 3개월간 당고문으로 내려보낸 뒤 대표로 기용했어야했다. 레임덕 방지와 대권경선의 공정관리 등을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한 셈이지만 당내 민주화가 선행되지않는 한 참다운 여당구실은 힘들 것이다.
이한동 총리에 대해서도 DJ는 보수성향계층의 호응과 지지를 기대하는 한편 여소야대로 국회에서 새 총리 동의의 곤욕을 피할 수 있는 이점을 고려해 유임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DJP 공조가 와해된 만큼 이 총리는 일단 친정으로 귀가시키고 당당하게 새총리를 국민에게 선보였어야 했다.
인사는 어려운 작업이다. 더구나 바른 인사, 공정한 인사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분명한 것은 국민은 언제나 바른 인사를 원한다는 점이다. DJ의 인사에 대해서는 10?5국회의원 재보선,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 등에서 투표로 평점이 내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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