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의의 '어른들을 위한 우화'

입력 2001-09-11 14:10:00

"바쁜 일상이지만 잠시만이라도 주변의 불을 끄고 먼 별빛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자는 뜻에서 틈틈이 써온 글들을 모았습니다". '불을 잠시 꺼 보렴'(푸른나무)이란 흥미로운 제목의 어른을 위한 패러디 동화집을 낸 신경외과 전문의 조현열(42)씨.

그의 글을 읽으면 우화를 통한 깊이있는 일상의 성찰에 우선 놀랄 수 밖에 없다. 패러디 동화란 글쓰기 형식으로 메마른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잔잔한 감동과 웃음이 예사롭지 않다. '어른들을 위한 우화집'이란 부제가 달린 이유를 알만하다.

조씨의 패러디 동화는 일단 웃음 속에 둥지를 틀지만 곧이어 슬픔이나 탄식을 불러일으킨다. 시인 송재학씨는 이를두고 "동화란 장르가 저자의 착한 성품과 꼼꼼한 관찰력과 맞춤한 짝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예를들어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잘 알려진 이야기 구조를 빌려 옷입은 자와 그것을 바라보는 자의 욕망과 성찰로 만들고, 이를 다시 일상에서의 일탈로 이끈다. '두꺼비집과 신경증'이란 글에서는 신경증이나 화병 증세를 가진 사람을 너무 예민한 퓨즈가 끼워진 두꺼비집에 비유하는 직업적 감각을 드러내며 건강한 정신의 두꺼비집을 갈구한다.

'불을 잠시 꺼 보렴'이란 표제의 글에서는 한밤중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때 '멀리있는 희미한 불빛 하나가 내 손안의 밝은 전등불보다 낫다'는 상식적인 관념 벗어나기로 미망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은 경북대 의과대학 시절 '병동'이란 문학동아리에 참여하기도 했던 그의 처녀출간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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