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내린 비는 다섯달 동안 계속돼 온 울릉의 가뭄(본지 8월15, 29일자 보도)과 대부분 농촌 지역이 힘들어 하던 가을 가뭄(본지 4일자 보도)을 단번에 해소시켰다.또 9일엔 전국적으로 벌초가 많이 이뤄졌고 벌초객들은 비가 많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일을 강행했다.◇울릉 혹심한 가뭄 해소=봄부터 5개월 동안 계속돼 온 울릉도 전역의 가뭄이 주말 오후부터 10일 아침까지 계속 내린 비로 해소됐다. 울릉에선 지난 8일 오후 7시쯤부터 빗줄기가 이어져 10일 오전 7시까지 62.4㎜의 강우량을 기록했다.이에따라 3개월간 계속돼 온 제한급수가 모두 해제됐다. 가을 채소를 못심어 애 태우던 임병대(60·사동)씨는 "금 보다 귀한 단비" 라 했고, 임두연(73)씨는 "땅이 충분히 적셔졌다"고 좋아했다. 기우제를 주도했던 문화원 김성권(37) 사무국장은 "기우제 8일만에 효험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북면 황병근 면장은 "현포리·본천부 일대에 가뭄이 워낙 심해 취나물 등 밭작물 30~40%가 폐농됐지만 이번 비로 절반 정도는 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농업기술센터 이석수(55) 지도담당은 "뿌리를 보식하면 취나물도 내년 봄엔 수확할 수 있고, 무·배추는 씨앗을 다시 뿌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농민들 희색=거의 절망적이던 송이밭에는 농민들이 나가 낙엽·잡목을 제거하고 어린 송이에 종이컵을 씌워 주는 등 출하 준비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종현(57·영양읍)씨는 "송이 따기를 포기할 지경이었으나 뒤늦게나마 비가 와 소량이라도 기대하고 종이컵을 씌우고 있다"고 했다.
최근 파종된 배추들은 메마른 땅으로 인해 심어진지 보름이 지나도록 잎과 뿌리 활착이 제대로 안돼 농민들을 애태우게 했으나 이제 한동안 물걱정을 덜게 했다. 평균 50여㎜의 강우량을 보인 영양지역 배추 주산지 석보·수비면 배추밭에는 아침부터 물대기에 나온 농민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의성지역 농민들도 이날 오후엔 들녁에 나가 가뭄으로 말라죽은 무·배추 등 밭작물을 손질했다. 올해는 배추값이 좋아 김장배추에 농민들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그러나 이번 비는 벼·고추 등에 피해도 유발, 부동 110㎜ 등 많은 비가 내린 청송에서는 벼가 47㏊나 넘어졌으며, 고추 농가들은 이번 비로 또다시 병해가 기승을 부릴까봐 조바심하면서 빗 속에 고추 따기에 나섰다. 영양의 권원중(67·입암면 산해리)씨는 "매년 막바지 고추수확 철인 이맘때 고추 무름병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어와 올해도 겁이 난다"고 했다.◇고추 역병 왜 물을 겁내나=올해는 이 병이 특히 심해 그 극복이 앞으로의 큰 과제로 부상했다. 경북의 의성·청송·영양·안동은 물론, 전남 영암, 전북 임실·고창, 충북 음성·괴산 등이 올해의 주요 피해 지역.이 병은 1980년대 초부터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고, 국내 확인 병원균만 최소 12종류. 걸리면 뿌리 및 아랫 줄기가 시들고 포기 전체가 타들어 가며, 벗겨 보면 줄기가 갈색으로 썩어 있다. 역병의 균은 물을 타고 다른 고추밭으로 번져 나가는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장마·폭우 때 물빠짐이 나쁘거나 두둑(이랑)이 낮아 물에 잠기는 일이 생길 때, 깊이 심어 아랫 줄기가 땅 속에 묻힌 경우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농업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조원대 연구관은 "물을 좋아하는 역병균의 특성을 잘 이해해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농업진흥청 기술지원국 김봉환 지도사는 "탄저병과 함께 고추에 가장 치명적인 병"이라며, "흙에 역병 균이 잠복해 매년 계속해서 발병해 토양 전염병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마땅한 약이 없다"고 했다. 병균의 토양 잠복이 두번째 특성이라는 것.때문에 농촌진흥청 농업과학 기술원은 발병 밭의 80%는 연작한 곳으로 보고 있다. 연작하면 균이 잠복해 있을 뿐 아니라 토양의 물리화학성을 악화시키는 반면 독소는 축적시켜 유해한 미생물이 증식한다는 것. 역병에 대한 방제약은 아직 없지만, 나름의 기술로 역병을 이겨내는 농민들도 있다. 의성 오상열씨(본지 8월18일자 보도)가 대표적 예이다.◇비 와도 벌초는 강행=의성지역 경우 9일 아침 서울·부산·대구 등에서 고향을 찾은 벌초객들은 오전 10시부터 빗줄기가 점차 거세지는데도 불구, 곳곳에서 벌초를 강행했다. 정기동(42·대구 평리동)씨는 "일년에 한번씩 친지들이 모이는 만큼 비가 온다고 벌초를 뒤미룰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했다. 이들 벌초객은 오후엔 탑산·빙계 등 의성의 온천들로 몰려 내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울릉에서도 9일 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저동·사동리 등 산간지에 벌초 행렬이 이어져 좁은 농로 곳곳에서 차량 체증이 빚어졌다. 또 지난 주말 오후부터 파랑주의보가 발효돼 포항~울릉 정기여객선 운행이 사흘째 중단되고 관광객 500여명의 발이 묶였다. 여객선·어선 출항은 12일 오후는 돼야 해제될 것이라고 울릉 기상대는 예보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의성·이희대기자hdlee@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