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누가 될까

입력 2001-09-08 14:08:00

김대중 대통령이 이한동 총리를 유임시키고 민주당 대표에 한광옥 비서실장을 내정함으로써 이제 당정개편의 핵심인 빅3 가운데 청와대 비서실장의 인선만 남게 됐다.

김 대통령은 이번 당정개편의 주안점을 쇄신보다는 안정에 두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한동-한광옥'카드였다.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같은 기조 하에 '믿을 수 있는' 내부인사를 기용, 친정체제를 강화한다는 것이 당초 김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박지원 정책기획수석과 남궁진 정무수석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한동-한광옥 카드에 대해 여론의 혹평이 뒤따르고 민주당 소장파와 일부 최고위원들까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서자 7일 '외부인사 기용'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당·청 모두 김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장악하게 되는데 따른 당내 반발과 내분 격화를 우려한 때문이다. 아울러 충분한 자질을 갖춘 외부인사를 비서실장으로 기용할 경우 이번 당정개편에 대한 비판여론도 어느 정도는 희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 것 같다.

김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물색을 지시한 외부인사의 기준은 덕망있고 중립적인 인물이다. 이같은 조건에다 비호남 출신이면 더 좋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인과 비정치인을 망라해 대략 6, 7명 정도의 인사가 거명되고 있다. 정치인의 경우 영남권 출신인 김기재 최고위원, 장영철 노사정위원장, 청와대 정무수석과 행자부장관을 지낸 김정길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비 정치인으로는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 한승헌 전 감사원장, 김민하 민주평통상임부의장,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조승형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외부인사는 조직장악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부인 비서실장은 중량감있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즉 김 대통령이 외부인사를 비서실장으로 내세워 여론의 비판을 피하면서 실세인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을 사실상의 비서실장으로 활용, 친정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관측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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