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대구시 동구 지묘동 파군재 부근의 아파트 신축을 둘러싸고 심한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 시민들은 인근 아파트의 일조권 침해와 팔공산 경관 훼손만 문제려니 여겼다. 이곳이 고려 왕건군과 후백제 견훤군의 최대 격전지였던 공산전투의 현장인 왕산이란 사실은 백안시됐다. 아파트 신축이라는 눈앞의 이익 때문에 왕산전투의 현장이라는 명소를 눈뜨고도 날려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는 대하사극 왕건의 촬영팀이 왕산에서 전투장면을 찍으려다 실패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 왕산전투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그 수려한 스카이라인은 어디로 가고 하늘을 찌르는 아파트 꼭대기들만 턱턱 잡히는 것이 아닌가.
또다른 예로 건들바우박물관의 경우도 그렇다. 건들바우박물관은 무속박물관으로 세계에서 보기 드문 샤머니즘박물관이었지만 대다수 시민들이 외면해버렸다. 일제 때 한 일본인 학자는 대구를 '고인돌의 보고'라고 했지만 신천변과 월배선상지.진천천 주변에 즐비하던 지석묘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개발의 논리, 돈의 논리에 짓눌려 대부분 훼손돼버렸거나 부잣집 정원석으로 쓰이기도 한다.
전북 고창과 전남 화순이 고대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지석묘를 명소로 가꾸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정도로 애정과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는 한참 대조적이다.
"상동 지석묘만 해도 이곳을 공원화해서 수성유원지와 연계한다면 레저와 역사유적을 한데 묶을수 있는 일류 문화유적지로 가꿀수도 있다"고 한 교수는 지적한다불로동 고분군도 그렇고 약 400년 전통을 지닌 유서깊은 약령시도 21세기형 무공해 관광상품인 명소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를 아는 시민들이라면 그같은 호재를 방치했을까.
세계화 시대에 대구가 경쟁력을 갖는 기본은 대구 특유의 자랑거리가 담긴 명소가 풍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가 서울을 닮아서도,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모방해서도 경쟁력이 없다. 대구다운 명소를 지켜나갈 때 바로 세계로 향한 첫걸음이 시작될 수 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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