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언제부턴가 하회마을에 관한 기사들이 실리고 있다. 기사라지만 한마디로 꾸짖는 말이 전부다. 울산에 사는 한 회사원은 "안동시민여러분 제발 하회마을 관리 좀 잘하세요"라고 적었고 또 다른 네티즌은 "하회마을에는 다시 가지 않겠다. 이웃이 가려 하면 기를 쓰고 말리겠다"며 흥분했다.
솔직히 지금 하회마을은 비상사태다.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끊기고 있는 차제에 뒤늦게 정비한다고 야단인 당국과 일부 주민들과의 마찰이 가시적으로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생존권이 달렸다며 생존권 보장하라고 아우성이고 당국은 불법건축물을 오는 12일 강제철거에 들어간다고 윽박지르고있다.
하회는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전통 민속마을로 소문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친지나 자녀 혹은 친구들과 어울려 하회마을 가는게 마치 소원인것처럼 가고싶어 하는 곳이 됐다. 문제는 실제로 하회마을에 가보면 그게 아님을 당장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입구부터가 짜증스럽다. 비싼 입장료 탓도 있고엉터리 시설물들이 인상을 망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사람들은 애써 이해를 하려 한다.
그런 이해도 몇 분이면 바닥을 드러낸다. 마을입구부터 먹고 마시자 판에 놀란다. 우리의 유명 관광지가 으레 그렇지만 웬지 하회마을 만큼은 그렇지않기를 기대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면서 묘한 배신감마저 느낀다. 점점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강도는 더해진다. 전통마을인지 전통유원지인지 분간이쉽게 가질 않는다.
어떤 이는 왜 이곳에 엘리자베드 영국여왕이 다녀 갔는지 알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심지어 엄청난 로비덕택이라고 지레 짐작으로 말하는 이도 있다. 몇 시간씩 차안에서 시달리며 가슴에 전통마을의 향수를 나름대로 간직한채 하회마을에 내린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분통이 터진다고 말한다.
볼만한 집은 문이 잠겼고 한 집 건너 음식점이 비슷한 음식 냄새를 내 지르고 있고 편의시설이라고는 눈씻고 찾아 보아도 없다. 뙈약볕에 먼지 풀풀덮어 쓰며 마을을 한바퀴 억지로 돌면 갈증이 절로 날 밖에. 아이들과 그 갈증 달래려 얼음과자 한 입 넣으려 해도 값이 마을 밖보다 몇배니 이건 숫제 유원지 바가지 요금 뺨 친다. 하회가 왜 이 모양이 되었을까. 지금 한탄하는 이가 어디 한 둘인가. 마을내 불법건축물에서 극성을 부리는 상행위로 마을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급기야 관광객들이 안티-하회마을을 부르짖는 상황에 이르자 당국이 뒤늦게 칼을 뺐다. 불법건축물을 강제 철거 하겠다는 것이다.
불법상행위를 하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가만 있을리 없다. 지금까지 팔짱을 끼고 있던 당국이 갑자기 왜 이러느냐며 생존권을 들고 나왔다. 당국은그래도 얼굴 두껍게 할말은 한다. 마을의 원형과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 볼 수 없다며 비장한 각오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을주민들 사이에서도 불법상행위를 하는 사람들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로 완연히 두 패로 갈라져 있다는 점이다. 이들 틈바구니에서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어떤 것인가를 알고 있기나 하는지·두고 볼 수밖에.
이래놓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한다니 정말 대단한 정책이다. 유네스코에서 얼음과자 값으로 문화유산 등록 유무를 결정짓는다면야 모를 일일까. 정말 하 세월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하회마을은 우리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많은 유산들이 있다. 자연과 인공의 교직이라는 아름다운 평가 하며 숱한 구조물은 또 얼마나 순응의 미학에 가까운가. 양진당, 충효당, 북촌댁 어느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건축물 들이다. 여기에 하회별신굿을비롯 줄불놀이등 민속 또한 세계에 자랑해도 정말 손색이 없는 것들이다.주역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마을에 맑고 물맛이 그저 그만인 우물이 있었는데 온 마을 남녀노소가 모두 이 우물물을 길어다 음식물을 장만하고 옷을 빨고 더울때면 그냥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물을 길어 가기만 했을 뿐 아낄 줄은 몰랐다. 우물물이 점점 마르더니 마침내 막혀 버렸다. 마을사람들은 더 이상 우물물을 길을 수 없게되자 우물을 깨끗이 치울 생각은 않고 우물가에 모여 왜 이렇게 되었느냐며 떠들기만 했다. 마을사람들은 한참티격태격하며 야단을 떨더니만 드디더 분을 이기지 못해 물 긷는 두레박을 박살내고 말았다.
평소 우물물을 돌보지 않은 실수를 뉘우치기보다 두레박을 박살내고야 직성이 풀린 마을 사람들에게 무엇이 돌아 갈 것인가. 사실을 중시 하지않으면 오히려 더 곤란한 일만 자초하는 격임을 일깨우는 우화다.꼭 한달 후인 내달 5일부터 안동에서는 퇴계탄신 500주년 기념 세계유교문화축제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2001이 열린다. 이런 귀중한 행사를 앞두고 두레박을 깨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경선 일정 완주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가 지도자급'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