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홍칼럼-노령화사회의 세대간 계약

입력 2001-09-03 00:00:00

우리 사회의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령인구 비중이 어느새 7% 수준을 훌쩍 넘어서 버렸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히바람직한 일이다. 아직 우리의 노령인구 비중이 일본이나 구미 선진국에 비해서는 훨씬 낮은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노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 있다. 노령인구 비중이 2010년에는 10%에 이르고, 2020년에는 13%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상은 평균수명의 연장 이외에도 특히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에 기인한다. 가임 여성 1인당 평균 출산율이 이미 구미 선진국들보다도 더 낮은 수준인 1.4명 정도에 불과한실정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노령인구의 근로가능인구에 대한 비중인 노년부양비가 현재의 10% 수준에서 2020년에는 2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노령화에 대비한 각종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정착되기도 전에 이러한 현상에 직면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사회 안전망의핵심은 세대간 계약이다. 근로세대가 생산활동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여 노령세대를 부양하고, 그 대가로 스스로 노령세대가 되었을 때 당시의 근로세대로부터 부양 받을 사회적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흔히들 연금기금 등의 효율적 관리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노령세대가 마치 자신들이 근로시에 적립한 기금으로부터 발생하는 과실을 수취하는 것인 양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마당에 이런 사고는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노령세대에 돌아가는 몫은 결국 당해 연도 총생산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노년부양비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국민경제의 생산성이 두 배로 늘어나야 노령세대의 소득 수준이 겨우 제자리걸음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출산율이 지나치게 낮아져서는 세대간 계약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지난 날 성공적으로 추진되었던 가족계획 정책을 이제 재고해야 한다. 자녀수당 제도의 도입 등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자녀는 단순히 한 가정의 자녀일 뿐만 아니라 세대간 계약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복지사회의 차세대 구성원이다. 따라서 이들의 양육에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 자녀수당 제도는 자녀양육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미 이외에 이와 같은 차세대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의미를 같이 살리는 방향에서 구상되어야 한다.

근로가능인구중 비경제활동 인구를 줄이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전업주부들의 상당 부분을 경제활동인구화 하기 위해서는 탁아시설의 확충, 나아가서는 유아교육의 공교육화 문제 등이 선결되어야 한다. 유휴 여성 인력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정책들은 동시에 출산장려의 효과도 함께 거둘수 있어서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평균 교육기간의 단축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우리 젊은이들의 평균적인 사회진출 시기가 너무 늦다. 직업교육 제도를 정착시켜 굳이 모든 젊은이들이 대학을 다닐 필요가 없도록 다양화해야 한다.

물론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충분히 향상되기만 한다면 모든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에는 한계가 있게마련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과 함께 출산율을 높이고 비경제활동 인구를 줄이는 방안이 시급히 강구되어야 한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따로놀아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갖춘 복지사회를 구현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이미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 예비 노인들이다. 근로세대와 노령세대의 조화를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세대간 계약이 지속적으로 유효하도록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영남대교수·경제학)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