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쿠시-(1)카리코람 하이웨이
힌두쿠시 산맥은 중앙아시아의 중심 파미르 고원에서 발원해 파키스탄 북부지역을 거쳐 아프카니스탄까지 1600㎞에 걸쳐 뻗어 있다. 최고봉 티리치미르 (7690m)를 비롯 7000m이상 고봉만 24개인 대산맥이다. 한국 청소년 힌두쿠시 오지 탐사대(대장 김용욱.44)는 힌두라지 산맥의 다르쿳을 기점으로 힌두쿠시 산맥의 티리치미르 베이스캠프까지 파키스탄 서북부지역을 답사했다. 23일간에 걸쳐 가파른 빙하를 오르고 설원을 관통하는 강행군이었다.
지난 7월 11일 아침 6시. 탐사대원 12명을 태운 미니버스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출발, 트레킹 초입마을인 다르쿳으로 가기 위해 험하기로 유명한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탔다.완공하는데 20년(1959~78)이나 걸린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총연장 800㎞로 이슬라마바드에서 중국의 카슈가르까지 아시아에서 가장 험준한 지역을 지난다. 완공까지 3천여명의 인부가 목숨을 잃었다. 원래 사람과 말이 간신히 통과하던 좁고 가파른 이 길을 따라 알렉산더 대왕이 동방정 복에 나섰고, 당나라 현장법사와 통일신라 혜초 스님이 불법을 얻고자 목숨을 걸고 지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비단이 전해진 실크로드이기도 하다. 인더스강 을 벗삼아 나란히 달리는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이름만 하이웨이다. 우리나라 지방도로보다 노면이 훨씬 열악하다. 아스팔트 포장이 끊어진 곳이 수시로 나타난다 . 시속 30~40㎞이상 달리지 못한다.
사람 키만한 바위들이 위태로운 산사면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간신히 걸려 있다. 하이웨이 곳곳엔 산사태로 생긴 돌무더기가 쌓여있다. 바위들이 언제 굴러 떨어질지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대원중의 누군가 인샬라(신의 뜻대로! 라는 뜻의 아랍어)를 외친다. 도로 왼쪽은 수백m 낭떠러지다. 해마다 수십대의 차들이 벼랑밑 인더스강에 추락하는 불상사를 겪는다고 한다. 마주오는 차를 비켜가기 위해 버스를 절벽쪽으 로 바짝 붙일때마다 간이 콩알만해진다. 오후 5시. 갑자기 돌개바람이 일며 빗발이 내리친다. 반대편 차들이 우리 일행이 탄 차를 멈춰 세운다. 다리가 무너져 길이 끊겼으니 되돌아 가라고 한다. 어느 정도 크기의 다리가 얼마나 파손됐는지 확인후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1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한 사고현장은 처참했다. 길이 50m, 폭 10m도 넘는 콘크리트 다리가 통째로 끊겨져 있었다. 다리 기둥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끊어진 다리 밑으로 흙탕물이 무서운 기세로 흐른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이 집채만한 바위돌을 굴려 다리를 산산조각 내버렸다고 한다. 콘크리트 더미에 파묻힌 버스속에서 시신을 발굴하느라 분주하다. 10여명이 넘게 죽었다. 탐사대 버스가 도착하기 불과 2시간 전에 일어난 참사였다. 예측할 수 없는 오지의 위험에 직면, 모든 대원이 인샬라를 되뇌였다.
트레킹 시작부터 일이 꼬인다. 어쩔 수 없이 왔던 길을 1시간 30분이나 돌아가 한 로지(여행자를 위한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아침 6시. 사고현장에 다시 갔다. 거짓말같이 계곡물이 빠졌다. 계곡엔 그새 외나무다리가 놓여져 사람들이 오간다. 다리가 붕괴돼도 탐사일정을 멈출 수는 없다. 대원들은 각종 트레킹 장비를 넣은 카고백(1개 무게가 20kg이 넘음) 수십개를 일일이 계곡 반대편으로 옮겼다.
계곡을 건넌 여행객들은 양쪽의 차를 서로 맞바꿔 타고 간다. 탐사대가 갈아탄 미니버스도 길기트까지 단숨에 내달렸다. 길기트에서 하루를 머물며 트레킹에 필요한 식량을 구입했다.
길기트에서 다르쿳까지는 지프만이 다닐 수 있는 완전 자갈길이다. 울퉁불퉁한 돌에 걸려 지프가 출렁일 때 마다 대원들의 몸도 함께 춤을 춘다. 흙먼지도 뿌옇게 일어 얼굴을 손수건으로 가려야 했다. 험하다는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그래도 편한 길이었다. 오후 7시가 넘어서야 해발 2700m에 위치한 다르쿳 마을에 도착했다. 아침 6시30분부터 무려 12시간 이상을 달려온 것이다. 다르쿳은 키 큰 미루나무와 넓은 목초지가 펼쳐진 그림같은 마을이다. 야영장에서 멀리 가무바르봉(6518m)의 설벽과 빙하가 보인다. 내일부터 시작될 본격 산행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대원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중앙아시아 밤하늘의 북두칠성이 내일의 트레킹을 기원해주듯 가깝게 빛난다.
박헌환기자 pt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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