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어덴버러와 대구

입력 2001-08-23 15:25:00

밤잠을 설치면서 체코와 월드컵 대표팀 간의 축구경기를 지켜보았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한 것은 잠깐이었다. 0대 5의 스코어는 히딩크 감독의 전매특허 같았다. 이튿날 조간의 축구 관계기사는 여느 때와 달랐다. 그 동안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축구전문가들의 비판의 소리들로 도배를 했다. 내년 월드컵문화행사는 어떻게 이루어질 것이고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문화 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자연.기술을 주제로 150여 개국이 참가한 독일의 하노버 엑스포는 각국의 국가관을 통해서 전통 문화의 생성, 기술의 성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었다. 인간과 자연의 균형을 나타낸 네덜란드의 꽃 전시, 전력 공급의 99%는 수력으로 이루어진다며 환경 친화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모습을 보여준노르웨이의 폭포 등은 옛 특성을 중시하고 현대감각을 살린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1947년부터 약 50년 동안 영국의 전통을 바탕으로 발전되어온 에딘버러 축제는 옛 도시의 전통미를 살려 도시의 성격과 분위기를 잘 살리고 여기에세계의 전통이 가세해 세계적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3년 후의 공연을 미리 기획하고 섭외하며, 다양한 종류의 공연을 열 수 있는 공연장.극장.야외무대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축제 이외에 평소 때에도 꾸준히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여왕이 앉았던 돌, 풍기 문란했던 옛 감옥, 항해하는 배에 시간을 알리기 위해 쏘았던 대포 등이다. 또한 입장료를 받으면서도 스카치 위스키 공장과 산업혁명의 상징인 섬유공장 등을 보여주며 비즈니스도 겸하고 있다.

월드컵에 대비한 문화 예술 행사의 기획이 늦은 감이 있지만, 하노버 엑스포와 에딘버러 축제는 한국의 전통문화 예술을 바탕으로 대구의 전통적인소재를 현대감각에 맞게 재창조하여야 세계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세계인의 시각으로 대구를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박상진 대구시립국악단 지휘자.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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