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금강산 관광사업

입력 2001-08-17 15:35:00

햇살이 비칠 듯하던 금강산 관광사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지난 8일 성명에서 관광사업의 위기가 미국 때문이라며 "미국측이 모든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육로관광을 협의할 남북 당국간 접촉은 기약이 없고, 금강산관광특구 지정 등도 당장 이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남북협력기금 대출금에 기대 관광사업을 꾸려가는 현대아산의 속앓이만 깊어가고 있다.

▲현대아산=금강산 관광사업 운영을 현대상선으로부터 넘겨받은 현대아산은 난감해 하면서도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현대아산은 한국관광공사가 남북협력기금에서 1차로 대출받은 450억원 중 미지급 관광료 290억원을 북에 이미 송금했고 이달 말까지 금강산 장전항의 해상호텔 인수비로 130억원을 현대상선에 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남는 돈은 30억원 가량에 불과해 한달 적자가 20억~25억원인 현대로선 '수혈'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육로관광 협상이나 특구 지정 등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협력기금 2차분을 요구할 경우 국내외 기업들과의 컨소시엄구성은 물론 '퍼주기론'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현대는 북한과 합의한 육로관광 협상 등이 본격화되려면 남·북, 북·미 관계 등 주변 여건이 호전되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걸릴 것으로 보면서도 북한의 약속이행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현대는 아태평화위가 성명에서 금강산 사업 기본합의에는 어떤 변화 의사도표명하지 않은 만큼 인내심을 갖고 사업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은 현재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 타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16일부터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뒤늦게 이 사업에 뛰어든 한국관광공사측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사는 남북협력기금을 대출받아 관광미수금등 현대가 북측에 진 빚을 갚는 데 사용토록 한 데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공사측은 일단 지난달 말 시작한 사업 전반에 대한 실사작업은 계속하되 상황변화가 있을 때까지 추가 투가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며 "당분간 사태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한마디로 손을 놓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6·8합의서에서 약속한 7월 중 당국간 대화와 '가급적 2개월 내 관광특구 지정'이란두 가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대해 지금까지 항의는 물론 이렇다 할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아태평화위가 금강산 사업과 관련, 모든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는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상황이 이전보다 악화된것은 없다. 다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강산 사업의 북측 파트너인 아태위가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는 것은 북측이 당분간은 남측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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