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40대 이민 급증

입력 2001-08-16 15:17:00

김모(38)씨는 이달 초 친지초청 형식으로 여행비자를 얻어 미국으로 떠났다. 대기업에 다니다 IMF로 직장을 잃은 김씨는 대구시내에서 음식점을 하다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한국이 싫어져 무조건 떠나기로 했다"며 "미국생활에 많은 어려움은 따르더라도 자식들에게 더 나은 교육 여건을 제공해 줄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IMF 직후 월급이 안나와 그만두고 여러 곳을 전전해온 이모(34)씨는 '한국보다는 낫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현재 호주 이민 수속을 밟고 있다.

최모(36·여)씨는 사업을 하던 남편이 부도를 내고 구속당하자 몇달전 친정식구들이 살고 있는 캐나다로 아이들과 함께 이민을 떠났다.

지난해 2월 대구시 공무원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박모(41)씨는 당시 동료들에게 "장래에 대한 비전이 없고 한국 생활이 답답해 1년전부터 이민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이민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특히 우리사회의 중추적 세대인 30, 40대들이 경기침체의 장기화, 열악한 교육환경, 불확실한 미래 등을 이유로 '무작정' 한국을 떠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해외이민자는 2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6명에 비해 60%정도 늘었다.

이 가운데는 관광, 교육, 친지초청 등의 명목으로 외국에 갔다가 눌러앉은 경우가 121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46%정도 증가했다.

더욱이 30, 40대의 이민이 급증, 전국적으로 지난해 해외이민자 1만5천300여명 중 절반 가까운 6천600명이 이들이며, 지난 99년 5천374명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민 대상 나라도 크게 변하면서 지난해의 경우 미국 5천244명, 호주 392명으로, 지난 90년 미국 1만9천922명, 호주 1천162명에 비해 25-30%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캐나다는 9천295명으로 지난 90년 1천611명에 비해 6배정도 폭증해, 미국을 앞질렀다.

이민 대행사인 대구 남미 이주공사는 "이민 문의가 갈수록 늘어 요즘 하루평균 5~10건에 이르고, 특히 이 중 상당수가 관광, 초청 등 비정상적 방법으로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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