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e북)이 종이책을 대체할 것인가. 인터넷 혁명과 함께 e북의 거센 파고가 출판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CD롬이나 디스켓 형태로 돌던 초기형태의 전자책은 이미 고전이 됐다. 인터넷을 통해 전용 뷰어(viewer)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책 내용을 내려받아 읽는 전자책이 사이버 공간을 누비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IT 선진국들도 종이책과 e북의 병행과 공존을 모색하는 신중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국내의 전자출판 사업은 어디까지 왔는가. 지역 전자출판의 현주소는?
지난달 초 미국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북 엑스포 아메리카'(BEA)의 전자출판 진로에 대한 전망은 한마디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병행'이었다. BEA는 미국 출판업계의 슈퍼볼로 불리는 미국 최대의 국제 도서견본 시장. 이곳에서 e북의 열풍이 다소 수그러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e북은 아직 이른 단계이고 확실한 미래 예측도 불투명하다는 현실적인 결론이 나온 것이다. 물론 이같은 이유로 출판가에서는 닷컴기업의 몰락과 경기침체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e북은 여전히 관심의 초점이다. 사람들은 지난해 보다 e북에 더 친숙해져 있고, 2~3년 안에는 학교의 교재시장에 e북이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컴퓨터에 익숙한 오늘의 10대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가까운 미래에는 어떤 형태로든 e북이 활성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e북과 종이책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이제부터 일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도 e북 열풍은 그칠 줄을 모른다. 휴대전화나 PDA·e북 전용단말기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휴대용 학습 콘텐츠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유니텔은 삼성전자와 제휴, PDA폰에서 무선포털을 접속할 수 있게 했으며, 영어교육 콘텐츠 업체 YBM 시사닷컴도 삼성전자와 제휴해 생활영어를 PDA로 무료 서비스하고 있고, 토익·토플 등 학습 콘텐츠도 추가할 예정이다.
법문사·박영사·삼영사·나남출판 등 한국학술도서출판협의회 소속 10여개 출판사들은 전자책 분야 공동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교재와 사회과학도서의 불법복제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종이책과 e북을 병행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경비 절감을 위해 공동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소설을 e북으로 유료판매 중인 인터넷 서점 예스24(www·yes24·com) 은 오는 7월부터 출판 자회사를 만들어 e북으로 발표된 작품들을 종이책으로 다시 출판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온-오프라인 공존이 최선의 생존전략이란 얘기다. BEA의 분위기가 국내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대구·경북지역 출판가에서의 전자책 출판은 아직 황무지 상태이다. 그렇잖아도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구멍가게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e북 출간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대구시 당국의 전자출판 육성방안이나 지원대책도 없다.지역 출판가의 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섬유나 안경산업 등에 대한 투자금액의 10%만 투자해도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가시적인 부가가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문화·예술분야의 인프라가 풍부하고 질적인 문학인구가 서울 다음으로 꼽히는 대구지역전자출판 분야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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