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 누드, 춘화 그리는 작가들

입력 2001-08-09 12:13:00

'예술이냐, 외설이냐' 이것만큼 수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킨 주제가 또 있을까.

에로틱한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작가의 예술행위인지, 노골적인 성묘사인지 헷갈릴 때가 한두번이 아닐 것이다.

피카소와 로댕이 외설적인 작품을 어느 누구보다 많이 내놓았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그 경계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비슷한 그림이라도 유명작가의 작품은 예술이고, 무명작가의 작품은 외설이란 말인가. 과연 그 기준이 있는 것인가.

작가들 중에는 공격적인 논쟁은 벌이지는 않지만, 예술과 외설에 대해 경계의 선을 분명하게 긋고 있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작가 장이규(47)씨는 "적나라한 포즈를 보여주는 작품은 작가 자신의 빈약한(?) 실력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점잖고 정적인 누드로는 남의 눈길을 끌수 없기 때문에 선정적인 이미지로 이를 보완한다는 얘기다. 또다른 작가는 "작가들이 성적인 묘사를 피하는 것은 보수적인 지역분위기 탓"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반해 지역에서 노골적인 누드작품을 그리는 작가들도 여럿 있다. 이들은 평범한 누드작품에 대해 "과연 서양의 14,15세기 작품보다 예술성과 기법 면에서 훨씬 뛰어난가"하는 반론을 제기한다. 그럴바에는 작가의 감정, 대중의 요구 등을 감안한 에로틱한 작품을 그리는게 차라리 낫다는 논리다.

작가 이준일(53)씨는 "솔직히 작가에게 원초적 욕구가 솟구치지 않으면 왜 누드를 그리겠는가"라면서 "눈에 보여지는 것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사실적인 예술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30대 연인, 친구 등을 모델로 성관계 장면을 그린 여러 권의 화집을 갖고 있으며 곧 이를 공개할 마음을 먹고 있다.

여류작가 안남숙(36)씨는 몇년동안 신윤복.김홍도 등 조선시대 풍속화와 일본 중국 인도 등 외국 춘화를 연구, 현대적 형태의 춘화를 그리고 있다. 그는 "대중이 좋아하는 작품이 최고"라는 지론을 펴며 조만간 춘화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사실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 대한 정답은 없다. 현재 서구 화단의 주제가 동성애와 에이즈인 것에 미뤄보면, 사회의 개방정도에 따라 그 경계가 정해지는게 아니겠는가.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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