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차기주자들 보-혁 논쟁

'보수냐 개혁이냐'. 민주당 차기주자들 사이에서 이념적 정체성을 두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정체성 문제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전통적 기반층의 성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후보군 저마다 이념적 스펙트럼을 보수와 개혁노선에 맞춰 지지세를 강화하고 있다.

먼저 당내에서 이념적 성향문제를 처음 언급한 이는 박상천 최고위원. 그는 지난 6일 "계급.계층 정당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며 당내 개혁파들을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민주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두 날개를 갖고있는 국민정당"이라고 밝힌 박 위원은 노무현.김근태 최고위원간 개혁연대론에 대해 "있을 수 있으나 지나치면 야당의 보혁구도 조성시도에 말려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노무현 상임고문이 7일 "요즘 민주당이 개혁정책을 내세우는데 주저하고 있고 개혁이라는 용어를 기피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노 고문은 "개혁을 외면해서는 안되며 우리당은 개혁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 개혁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옛 소련의 노멘클라투라도 보수로 분류됐던 것처럼 보수란 내부에 변화를 내재한 개념"이라며 "때문에 나는 '개혁 대 보수'로 나누기 보다는 '개혁 대 수구'로 나눈다"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김중권 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보수가 아니라 개혁적 정치인"이라며 보수적 이미지 탈피에 신경썼다. 김 대표는 "개혁마인드없이 2년간 대통령 비서실장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내가 당 대표를 맡은 후에도 각종 개혁입법들이 내 주도로 통과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내 보수 내지 중도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인제.한화갑 최고위원 등은 "차기주자들간의 이념적 성향이 자칫 당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며 논란의 확대를 경계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