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순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불참 배경

입력 2001-07-20 15:27:00

북한의 백남순 외무상이 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8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백 외무상의 불참은 특히 지난해 7월 태국 방콕 ARF 외무장관 회의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남북 및 북미 외무장관 회담의 무산으로 파급되면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무엇보다 백 외무상의 불참이 지난 1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출범 이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해온 남북 및 북미관계와 직접적인 연관이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즉 북한이 대남·대미 대화재개에 관한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백 외무상을 베트남에 보내 남한 및 미국과 외무장관 회담을 할 경우 부담이 상당히크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3월 제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의 연기 이후 당국간 대화가 진행되지 못하고있는 상황에서 백 외무상이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날 경우 남북관계발전방안과 특별히 논의할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으로 외교분석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현재도 관영매체들을 통해 미국의 대북강경 자세를 비난하고 있고, 지난달 6일 부시 대통령의 대북대화 재개 선언에 대해서도 한달 넘게공식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미 외무장관이 대면하는 경우 북한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우려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백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무조건적인 대화재개를 촉구할 경우 백 외무상으로서는 공식적인 답변을 회피할 만한 명분이 없다는점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북한이 지난해 23번째 회원국으로 ARF에 가입한 마당에 외무장관 회의에 아예 불참할 경우 국제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을 우려, 백 외무상의 불참 대신부상(차관 또는 차관보)급 대사를 수석대표로 파견키로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백 외무상의 불참으로 남북 및 북미 외무장관회담이 무산됨에 따라 향후 남북 및 북미대화 모두 조만간 재개되기는어렵다는 어두운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백외무상이 오는 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8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에 불참한다는 소식에 아쉬움을표시했다.지난해 7월 이정빈(李廷彬) 당시 외교통상 장관과의 사상 첫 남북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와 대외관계에서의 상호협력'이라는 합의를 이끌어낸 뒤 올해 한승수(韓昇洙) 장관과의 두번째 회담을 통해 협력의 공고화를 이루려던 기대가 물거품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제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의 연기 이후 경색국면으로 일관됐던 남북관계의 물줄기를 돌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백 외무상의 불참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백 외무상 대신, 차관급이나 차관보급 대사를 수석대표로한 3명의 대표단을 하노이에 파견하는 만큼 만남의 기회가 있을 경우대화를 시도한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백 외무상의 불참에 따라 남북 외무장관 회담은 물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북·미 외무장관 회담, 루이 미셸 벨기에 외무장관과의 북·유럽연합(EU) 외무장관회담 등이 연쇄적으로 무산됐다는 점에서 정부는 더더욱 아쉬운 표정이다.북·미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개선이 상호 보완적인 작용을 해왔다는 점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침체된 북미관계를 장관급 대화재개를 통해 반전시킬 수 있어 남북관계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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