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르헨 경제 危機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01-07-13 14:18:00

97년 태국에서부터 출발한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4년만에 이번에는 아르헨발(發) 세계경제 위기가 지구촌을 긴장시키고 있다. 막대한 대외 부채와 만성 재정적자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아르헨티나가 국가 채무불이행인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브라질, 멕시코 등 남미 경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외환위기를 뼈저리게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남미의 경제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입장이다. 아르헨티나는 10일 외채상환을 위해 고율(14.1%)의 국채를 8억8천만달러어치를 발행했는데 이 바람에 지난주 8% 하락한 주가는 이날 하루만에 6.1%나 폭락했다. 이에 IMF는 내년까지 40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을 정도로 위기에 빠졌다. 불똥은 곧바로 이웃나라로 번졌다. 브라질은 11일 종합주가 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레알화 가치는 전날보다 2.5%나 떨어졌다. 레알화는 올 초에 비해 30% 평가 절하한 셈이다. 멕시코의 페소화도 11일 전날보다 1.5% 하락했다.

문제는 지난 97년 아시아지역 금융위기는 IMF의 즉각적인 개입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호황에 힘입어 나름대로 극복이 순조로웠으나 현재의 중남미 시장위기는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경제가 특히 위축된 상황에서 발생돼 피해가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다. IMF조차도 이번 위기를 진압할 만한 여력을 갖고있지 못해 자칫 아르헨의 불씨가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몰고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아르헨의 위기가 이처럼 크게 부각되는 것은 현재 우리경제가 불황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의 경기침체로 수출전선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은 한국은 대만·싱가포르와 함께 지금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동아시아의 경기 재침체를 커버스토리로 보도하지 않았는가. 경제가 취약해지면 전염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 당국은 지난 위기를 거울삼아 외환보유고와 환율, 주가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고 남미의 시한폭탄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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