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늦었기에 더 뜨거운 향학열정

입력 2001-06-25 14:20:00

이때까지 여자에게만 해당되던 '결혼의 공식'이 있다. 결혼한 후 아이 낳고 남편 뒷바라지하기. 그렇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아이들이 커가고 신혼초의 빠듯한 살림에서 경제적 여유도 어느 정도 찾게 된 그때. 숨돌릴 틈없이 살아온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마음속 한 곳에 자리잡은 허전함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수영, 등산, 노래교실 등 취미활동과 각종 문화센터 교양강좌를 찾아다녀 보지만 어렸을 때부터 키워왔던 공부에 대한 미련은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다.

그래서 과감히 결혼의 공식을 깨고 자신의 몫을 찾아가는 아줌마들이 늘고 있다. 그것도 당당하게 남편의 '외조'까지 요구한다. 시작이 반. 이들은 아줌마라고 해서, 늦깎이 공부라고 해서 결코 늦은 게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15일 서울의 54세 주부 최규원씨는 단국대 수시모집 1차전형에서 16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인문학부에 당당히 합격했다. 최씨는 학업에 대한 미련을 놓지않고 있다가 중학교를 졸업한지 39년만에 뜻을 이루게 된 경우다.

현재 영남대에 재학중인 35세이상 여학생은 43명. 2001학년도 30세 이상 여자입학생만 해도 15명이나 된다. 지난 94년 1명, 95년 2명이 입학했던 것에 비하면 두드러진 증가세다. 이들은 제각기 법학, 서양화, 국악,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며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다. 뒤늦은 공부에 어려움도 클 터이지만 늘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향학의 열정만큼은 더 뜨겁다.

이들 만학도 선배들은 늙어서 후회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바로 뛰어들라고 충고한다. 바로 지금이 적기이고 기회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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