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홉 명의 공주들!".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30~40대 아줌마 9명(최원남·김은 주·노경순·이경숙·이선미·윤승희·김두이·송미숙·최경희씨)은 스스로를 '공 주'라고 부른다. '공부하는 주부'의 줄임말. 이들 '9공주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모인다.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서다. 학과 공부를 위한 스터디 그 룹인 셈. 작년 3월 입학과 동시에시작, 이젠 제법 틀이 갖추어진 모임이 됐다. 한사람이 한 과목씩 맡아 책임지고 자료를 모은 후 수요일 오전10시~오후 1시까지발표를 하고 토론도 한다. 너나없이 남편과 아이들을 재워놓고 밤새워 정리한 성 과물들이다. 성적 올리는 데도 더할 나위 없이좋다. 덕분에 9공주 모두 장학생이 됐다.
지난 20일 오전 10시 대구 효목도서관앞 광장 잔디밭 그늘아래 이들 중 일곱 명의 공주가 모였다. 이날은 야외모임. 손에 책만 한권씩 들고있지 않다면 영락없이 소풍나온 동네 아줌마들이다. 그러나 비록 야외용 돗자리일망정 분위기는 더 진지 하다. 저마다 군데군데 밑줄이 그어진 국문학사 책을 들고 있는 폼이 심상찮다. "늦깎이 공부에다 혼자서 한다면 쉽게 지치고 포기할 수도 있지만 이 모임에서는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어 좋지요". 새로 공부를 시작한 게 그렇게 즐거울 수 없 다는 이경숙(38·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 이씨는 시험전에는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에 매달리는 학구파다. 같이 공부를 하게 되니까 오히려 아이들이 더 좋아하 는 것 같아 절로 힘이난다.
경산에서 참석하는 윤승희(34)씨는 남편 퇴근만 기다리던 순정파였다. 그러나 이 제는 남편마저도 채워줄 수 없던 부분을 자기자신이 채워나간다는 즐거움을 맛본 다. 새로운 걸 하나하나 알아나갈 때마다 '나도 뭔가 해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 긴다. 맏언니 격인최원남(43·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씨는 9공주 모두가 모범생이 라고 소개한다. 평소 하고싶었던 공부를 하면서부터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전업주 부로서의 역할도 더 잘 하게 된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9공주들은 이걸로도 성이 차지 않는다. 서서히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중이 다. 이 모임의 대표를 맡고있는 이선미(36)씨는여름방학엔 경북대에서 열리는 미 디어포럼에 단체로 수강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문·방송분야 시각을 넓히는 데 도 움이 된다는 의견을받아들인 결과다. "전공과의 연관성도 고려, 2학기부터는 문 학토론도 할 생각입니다".
박운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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