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9일 사이 경북지역에 내린 폭설로 인한 비닐하우스 피해 복구 지원비 251억원이 지난 3월 경북도청을 거쳐 각 시군청에 배정됐다. 가장 피해가 심했던 성주에는 158억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이 돈이 아직도 농민의 손에까지 가지 않고 군청 통장에서 잠자고 있다. 어떻게 돼 가는 것일까?
◇왜 이러고 있을까?=지원된 복구 지원비는 비닐 하우스 ㎡당 7천660원. 국비.지방비 보조가 35%, 융자가 55%(연 5%), 자부담 10%로 구성돼 있다. 정부 부담분은 본래 20%였으나 이 폭설 건부터는 35%로 늘었다. 농민 부담이 줄었다는 얘기.
그렇지만 몇달째 군청 통장에서 묵고 있으니, 아직은 피해농가보다는 군청만 득 보고 있는 꼴이다. 농협에 넣어두니 이자만도 매월 억대에 이르는 것.
이런 현실에 대해 성주군청 주재범(45) 원예특작 담당은 "농민들이 피해를 복구하고 난 뒤에 그걸 확인하고 나서 자재비를 지원토록 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직 참외 농사가 끝나지 않아 임시 복구한 하우스들이 그냥 유지되고 있는 만큼 돈을 줄 수 없다는 것. 그러면서 "이 돈은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복구비 일부를 지원해 주는 간접 지원 성격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농림부 관계자도 "재해 복구비는 피해액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농업인의 생계안정 및 다음 영농을 위한 구호 및 복구 차원에서 지원되는 것"이라고 강조를 거듭했다.
하지만 농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농업경영인 성주연합회 이수경(38) 회장은 "긴급 복구비는 농가의 복구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돈이라는 뜻 아니냐? 당연히 복구 단계에서부터 지급돼 영농 재개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했다.
◇현장에 안맞는 요구=그렇다면, 다음 달쯤 참외 농사가 끝나야 돈이 지불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나, 그때는 또다른 문제로 지역 전체가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모두들 우려하고 있다. 핵심은 복구비 지급이 특정 방식의 복구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 여기에는 '표준 설계'라는 것이 걸려 있다.
농림부는 이 표준설계에 맞춰 복구되지 않은 하우스에 대해서는 복구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현장 농민들은 그와 다른 변형 하우스로 농사를 짓는다. 까딱하면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농민들은 표준설계가 지역 실정에 맞지 않으면서도 설치비는 더 많이 든다고 주장했다. 변형하면 비닐하우스 1동(600㎡) 짓는데 95만원이면 되지만, 표준을 따르면 170만원이나 든다는 것.
그런데도 성능은 변형이 좋다고 했다. 월항면 안포리 이대훈(40)씨는 "지난 폭설 때 표준설계 하우스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바로 옆의 변형 하우스는 멀쩡했다"고 했다. 성주 농업기술센터 이우진(39) 참외기술 담당자는 "표준 하우스는 참외 농사에 적당하지도 않다"고 했다. 표준설계 대로 비닐하우스 중간에 가로대를 설치 하면 '물 떨어짐 현상'이 발생하는 등 고품질 참외 생산이 어렵다는 것. 연작 피해를 줄일 겸 해서 벼를 후작하려면 파이프.비닐 등을 교체해야 하지만, 표준 하우스는 일손이 더 많이 든다고도 했다.
◇큰 갈등 우려=이런 현실 때문에 농민들은 표준형 설치를 기피, 성주 군청 정종용(51) 산업과장은 "임시 복구한 뒤 참외 농사가 계속되고 있어 잠잠하나, 곧 참외밭을 걷고 본 복구에 들어 가면서 복구비를 신청하기 시작하면 표준형 문제로 지역이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변형 복구에도 지원금이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농민들이 주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성주읍 기영조(43)씨는 "정부가 표준형을 고집하는 것은 멀쩡한 하우스를 뜯어내고 새로 지으라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 자원 절약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앞의 이대훈씨는 "수십년간의 영농 경험을 활용해 지역 실정에 맞게 만든 변형을 무시하는 것은 농민을 위하자는 것인지 억눌리고자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수경 회장도 "공무원들이 현장 실정을 무시하고 탁상행정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군의회 관계자는 "군의회는 물론이고 경북도청 및 도의회까지 나서서 변형 하우스도 지원토록 요청했으나, 농림부가 최근 개선안이라며 내 놓은 표준 설계도마저 지역 실정과는 차이가 너무 많다"고 했다. 성주.박용우기자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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