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월드컵, '적자대회'도 있다

입력 2001-06-07 15:01:00

우리나라 상당수 국민은 '88년 서울올림픽'을 역대(歷代)대회중 가장 성공한 올림픽으로 믿고 있다. 절대가치 부여다. 몇개 대회중에서는 또 모를까, 모든 대회를 포함한 평가에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가장 성공…'을 부정하면 민족의 자긍심(自矜心)을 훼손했다는 비난까지 받을 정도다. 2천520억원의 흑자, 메달획득 4위, 국민들의 질서의식 향상과 자신감 등 차원에서 볼때 '역대올림픽 중 최고'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프랑스의 유명한 문화비평가인 '기 소르망'의 비판은 우리들을 씁쓰레하게 만든다. 서울올림픽은 한국문화를 전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기회였는데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한국고유의 것을 보여 주는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아닌가. 개막식행사에서 어줍잖은 서양모방에 그쳤다는 따가운 질책이다. 서방기자들이 서구(西歐)와는 다른 그 무엇을 찾다가 고작 찾아낸 것이 '보신탕 판매금지'팻말이라는 당시 상황에 대한 지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특징이 없었던 개막식행사가 아닌가 싶다. 마치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몇가지 민속놀이로 채워진 개막식행사로는 현대를 사는 삶의 의미와 전통이 어우러진 한국문화의 특장(特長)을 세계인에게 충분하게 보여주는데 실패했다는 결론의 도출이다. 따라서 올림픽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우리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근로자들을 보내오는 나라도 있었다'는 등의 서울올림픽 성과에 대한 자체평가의 일부는 다른쪽에서 보면 국내 통치(統治)차원의 정치 수사(修辭)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1년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대회

이제 우리는 2002년 월드컵을 일본과 동시에 개최한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우리는 과연 흑자로 치러낼 수 있을 것인가. 성공하자면 서울올림픽과는 다른 여러 제약을 슬기롭게 극복해야하는 전방위 태세가 요구되고 있다. 올림픽 경우는 대회운영, 마케팅 등의 자율성이 보장되지만 월드컵은 개최국이 갖는 권한은 극히 제한돼 있다. TV방영권, 마케팅 등 월드컵 개최수익의 대부분은 월드컵조직위원회가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FIFA(국제축구연맹)에 귀속된다. 심지어 세계각국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자리까지 국제축구연맹에서 지정해준다.

올림픽의 경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개최국에 부여하는 권한이 약 80%정도로 치면 월드컵 개최국이 갖는 권한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결국 제한된 조건에서 최대한 실익을 얻을 것인가가 경제논리에서 본 월드컵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일본과 공동개최로 인한 수익분산이다. 2조원이나 든다는 경기장 건설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위축되는 경기 등 국내외 여건은 '흑자 월드컵'가능성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내실경영으로 흑자월드컵 만들어야

흔히 가장 내실(內實)있는 월드컵으로 98년 프랑스대회를 꼽는다. 축구경기 10개 개최구장 중 한곳만 신축했을 뿐 기존 경기장을 고쳐 종전 52경기보다 12경기가 늘어난 64경기를 거뜬하게 소화했다고 한다. 10개구장 중 5개구장의 수용인원이 4만명을 밑돌았다니 10개 구장 모두 새로 짓는 한국 사정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외형거대(外形巨大)로만 치닫는 듯한 한국의 실정을 알면 프랑스 국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대답은 분명하게 결론나 있는 것이 아닌가.

월드컵 경기에 청소년을 많이 관람하도록 한 것도 신선한 충격을 주는 대목이다. 국가의 미래를 재단할 청소년들에게 안목과 웅지(雄志)를 키우도록 배려하는 이런 사고(思考)는 갈채받아 마땅하다. 프랑스는 청소년을 위한 행사로 치르기 위한 방편으로 입장권을 싸게 책정했다. 가장 싼 티켓은 145프랑(약2만6천원)이었으며 전체 입장권 260만여장의 절반을 250프랑(약4만원)에 팔았다. 우리의 경우 2002년 월드컵의 입장권 중 가장 싼 것이 6만원임을 비교할때 최근까지도 입장권 판매실적이 저조한 현상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월드컵을 1년 앞둔 현시점에서 본 전망은 아무래도 호재(好材)보다는 악재가 널려 있는게 염려스럽다. 동시개최에 따른 수입이나 FIFA 지원금의 절반 감소, 입장권 판매부진, 공식공급업체 후원금 목표액 미달, 관광상품 개발 부진, 경기장 건설비 등을 감안하면 철저한 '월드컵 경영'이 절실하다. 흑자월드컵 개념을 단순하게 수입과 지출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무형 유형의 경제적 효과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국민들이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까. 잘못하면 '적자 월드컵'이 될수도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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