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상품 주민사용 북, 허용한 듯

입력 2001-06-07 14:19:00

북한당국은 주민들이 해외에서 개별적으로 구입한 남한상품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식량지원을 위해 러시아 연해주에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제농업개발원 이병화 원장은 6일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주에 있는 북한 건설사업소의 한 간부가 최근 휴가차 귀국하는 길에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이 건설사업소의 고위간부인 김모(47)씨는 "'삼성전자' 상표가 붙은 20인치 컬러TV수상기와 '신성'이라는 제조회사 이름이 붙은 전기 프라이팬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국경세관에서 남한업체의 상표가 붙은 상품을 전혀 회수하지 않아 공개적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 건설사업소에서 근무하는 6년 동안 남한 상품이 마음에 들어 사고 싶어도 세관에서 무조건 회수하는 것은 물론 국가안전보위부 등에 잡혀갈 수 있기 때문에 상표를 뗄 수 있는 일부 물건에 한해서만 몰래 사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경세관에서 남한상품을 전혀 회수하지 않아 북한의 해외근무자들은 외국에서 공개적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집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는 남한 돈으로 환산할 때 삼성전자의 20인치 컬러TV를 53만원, 신성의 전기프라이팬을 4만7천원 주고 샀다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건설사업소 다른 간부들과 노동자들도 남한제품을 많이 구입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자신이 사는 평양시내 한 아파트의 각 가정에는 "대부분 TV가 있지만 컬러TV는 3분의 1 정도이고 특히 20인치는 없다"며 몹시 자랑했다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북한이 남한에서 생산한 컬러 TV 등 전자제품을 공공기관이나 건물에 설치했지만 주민 개개인의 집에서도 남한제품을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당국은 그동안 남한상품을 개별적으로 쓰다가 발각될 경우 '정치범'으로 간주하는 등 엄격한 처벌을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북한 해외근무자들은 상표를 떼어내 사용할 수 있는 의류 등에 한정해 남한제품을 구입해 왔다고 탈북 외교관들은 전했다.

따라서 김씨의 주장처럼 북한당국이 남한제품을 주민들이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분명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으며 주민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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