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향한 방아쇠...공포심 유발
인파로 붐비는 은행을 향해 돌진하는 자살 폭탄 차량, 귀와 목을 잘라내는 잔혹함, 그리고 밀수, 납치. 세계 곳곳에는 '반칙'을 일삼는 수 백여개의 반군 게릴라단체가 활동 중이다. 게릴라들은 도심을 무대로 테러를 일삼기 때문에 '반칙'을 일삼는 야비한 집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의 테러가 정규군이나 요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선량한 민간인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악의 화신'으로까지 비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떼강도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양자(兩者)는 '반칙'을 일삼는다는 점이 닮았을 뿐 그 목적은 다르기 때문이다.
게릴라의 자살 테러는 정규군과의 통계적 병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최대 변수이다. 또 무차별적 테러와 신체 잘라내기 등 잔혹한 행동은 희생자 개인의 목숨을 공격한다기보다 텔레비전 앞에 앉은 가족들의 공포심을 겨냥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게릴라들의 테러는 기실 여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
게릴라들은 전투 중 투항하는 적을 대부분 살해한다. 이 점은 그들을 냉혈한으로 비치게 한다. 그러나 게릴라들에게 포로는 단지 하나의 노동력이 아니라 또 하나의 보초병을 세워야 할 짐에 불과하다. 이는 게릴라의 잔혹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비용의 문제인 셈이다.
정규군에 비해 소수인 게릴라들이 불특정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잔혹한 테러 등 '반칙'을 행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이유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적 이유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릴라의 이 해묵은 '반칙'을 종식시킬 수는 없을까? 무조건적 '반칙포기' 촉구와 소탕작전이 과연 효과적인 해법일까?
멕시코 원주민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장 궐기했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이 지난 3월 28일 폭탄테러 대신 멕시코 의회에서 가진 평화 연설은 '게릴라들의 반칙포기'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한 반군 게릴라에게 유례를 찾기 힘든 양보를 함으로써 멕시코 정부는 싼 값에 더 큰 평화를 사들인 셈이다.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에게 '반칙포기' 를 촉구하며 전투기까지 동원, 보복공격에 나섰던 이스라엘은 지난 2일 올들어 18번째 폭탄테러로 180여명이 사상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잔혹하기로 따진다면 테러를 저지른 팔레스타인 게릴라나 보복공격을 감행한 이스라엘 양측 모두 난형난제(難兄難弟)격이지만 지혜롭기야 어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과 멕시코 정부를 따라갈 수 있을까.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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