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이 한국을 떠나거나 그러길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방침과 정면 배치되는 현상으로 매우 충격적이다. 기업의 신규투자 위축, 방어적 경영방침 등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원인의 상당부분이 '내부의 적(敵)'에 있었다는 사실은 자괴감과 함께 우리 경제 환경을 다시한번 반성케 한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탈(脫)한국'이나 '엑소더스'의 원인을 규제 강화, 강성 노조, 반(反) 대기업 정서에 두고 있다. 이 3가지는 모두 외환위기 이후 증폭된 것이다. 규제는 경제 통치를 받으면서 더욱 거세졌고 대기업은 구조조정과정에서 매도의 대상이 됐다. 노조도 개혁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정부가 신뢰감을 상실함에 따라 "노동자만 희생물이 될 수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돼 더욱 강경한 입장을 띠고있다. 정치력 부재가 경제 황폐화를 양산시킨 셈이다.
뿐만 아니다. '온갖 기관 단체들로부터 간섭받으며 한국에서 기업을 하기 싫다' '공장착공에 3년이 걸리고 완공하는데 관공서를 드나든 횟수가 100회를 넘는다' '정치권 등 권력에 밀려 경제논리는 뒷전이다 보니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업계의 하소연은 이나라 경제 분위기가 30년전으로 후퇴한 느낌이다.
현정권 출범 직후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환경을 개선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으나 3년이 넘도록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이 나라의 관치경제 병폐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말해준다. 또 이처럼 제식구조차 챙기지 못하면서 남의 돈보따리를 풀게 만들겠다는 정책은 무엇인가. 올들어 4개월째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 때문"이라는 당국의 설명은 우리 내부의 모순을 깨닫지 못한 변명임이 드러났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기업은 투명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는가. 구호 뿐인 '기업하기 좋은 나라' 아래서 우리경제는 스스로 자승자박의 길로 가고있지 않은지 내부점검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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