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비웃는 목욕탕 꼴불견

입력 2001-06-07 14:42:00

'목욕문화'가 최악의 바닥수준으로 흘러가고 있다. 극심한 가뭄속에서 대구시내 공중목욕탕은 대표적 물 낭비 현장으로 꼽히고 있으며, 각종 식품으로 마사지를 하는 수질오염 풍조가 버젓이 벌어지고, 난장판같은 분위기가 낯부끄러운 수준을 넘어섰다.

∇ 물낭비= 5일 낮 12시 30분쯤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ㅅ목욕탕. 남탕에는 100여개의 대야가 쌓여 있었지만 이용은 단 2개에 불과했다. 대부분 수도꼭지나 샤워기를 그대로 틀어놓고 때를 밀거나, 칫솔질과 면도를 했다. 사용하던 샤워기를 그대로 틀어 둔채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목욕탕 관계자는 "이곳 물은 고도정수처리된 수돗물"이라며 "하지만 물을 아껴쓸 수 있도록 설치해놓은 샤워기를 아예 고무줄로 묶은 뒤 물을 펑펑 쓰는 사람까지 있다"고 말했다.

∇ 수질오염= 5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목욕문화 바꾸기' 캠페인을 벌인 '함께하는 주부모임'이 선정한 목욕탕 꼴불견 10가지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식품 마사지. 이에 따르면 주로 여탕에서 마요네즈, 우유, 꿀, 요구르트, 오일, 오이, 천연팩 등을 온몸에 바르고 샤워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함께하는 주부모임에 따르면 마요네즈 한 숟가락(15mℓ)이 오염시킨 물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24만배인 3천600ℓ의 깨끗한 물이 필요하며, 우유 한 컵(200㎖) 경우 1만2천배인 2천400ℓ의 물이 필요하다.

∇ '목욕매너' 실종= 비좁은 냉탕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요란하게 물을 튀기는 아이들. 목욕탕 바닥에 벌렁 누워 잠을 자는 사람들. 사우나에서 드러눕거나 바닥에 침을 뱉는 상식이하 행위. 사우나후 흥건한 땀을 씻지도 않고 곧장 냉탕으로 뛰어드는 사람. 아무곳에나 내버린 1회용 치솔, 면도기, 때수건. 어느 목욕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지러운 목욕탕 풍경이다.

함께하는 주부모임 박순옥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목욕시 사용하는 물의 양이 6~7배에 이른다"며 "물낭비, 수질오염, 이기주의 등 목욕탕 이용수준이 너무 낮아 목욕문화 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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