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어떤 일을 하면 비장애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장애인단체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한번쯤은 생각하는 '문제'다.
정부가 장애인고용촉진공단까지 만들어 장애인고용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은 '벌금을 물망정 고용은 어렵다'는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노동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장애인단체들은 'IT시대'가 이같은 장애인 고용 불균형을 해소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몸놀림이 늦을 수 밖에 없지만 컴퓨터의 경우, 제대로 익히기만하면 비장애인 못지 않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게다가 굳이 취업으로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더라도 컴퓨터만큼 장애인 재활에 도움이 되는 '도구'는 없다고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컴퓨터와 친해지는 현장
대구시 동구 신암동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053-954-0170). 이 곳은 1주일에 3번씩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컴퓨터교실을 열고 있다. PC의 기초부터 윈도우98, 한글97, 인터넷 검색·홈페이지 제작 등 장애인들에게 컴퓨터 세상의 시작단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
지난 해부터 시작, 대구유일의 장애인 대상 무료컴퓨터교실인 이 강좌는 2000년 한 해동안만 모두 115명이 수료했다. 컴맹이었던 100여명의 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알게 된 것이다.
올 해도 오전반과 오후반에 각각 20명씩의 수강생이 등록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수강생 이모(60)씨의 경우, 컴퓨터교실 강사마저 놀라는 사례. 하반신 장애를 갖고 있는데다 고령, 게다가 2차례에 걸친 대수술로 건강이 말이 아닌 상태. 처음엔 모니터화면조차 이해하지 못하던 그가 불과 몇달만에 강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는 상태까지 올라왔다.
이씨처럼 나이가 많은 장애인들은 이해력이 떨어지지만 학습에 대한 열의는 놀라울 정도. 정모(60·여)씨는 수업진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질문을 많이 한다. '뻔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질문을 던지는 정씨의 얼굴은 진지하다 못해 '엄숙하다'.정신지체 장애인들도 컴퓨터를 통해 불가능을 넘고 있다. 정신지체 2급장애인인 오모(20)씨는 몇달만에 가르쳐주던 옆사람보다 더 나은 실력을 보이고 있다. 이젠 옆사람들을 가르쳐줄 정도의 실력. 가끔 이해 못할 소리도 하지만 컴퓨터 다루는 능력만큼은 정신지체 장애인이 맞느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월·수·금 주 3일간 매일 오전 10시(오전반)와 오후 2시(오후반) 강의를 열고 있는 지장협은 교육기간을 마친 수료생들도 강의가 없는 시간을 이용, 컴퓨터 활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컴퓨터로 몰리는 장애인들
해마다 열리는 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보면 장애인들의 유망직종을 가늠할 수 있다. 시계수리, 인장, 양장, 귀금속공예 등 전통적으로 장애인들이 매달렸던 직종이 최근 들어 컴퓨터 부분으로 급격히 대체되고 있는 것.
다음 달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동안 장애인복지관·계명문화대·경북직업전문학교 등에서 열리는 2001년 대구시장애인기능경기대회도 이같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올 해 참가선수현황을 보면 전체 참가신청자 242명 가운데 워드프로세서부문이 전체의 30%가량(76명)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다음을 컴퓨터활용능력(21명)이 점하고 있다. 컴퓨터 부분에 압도적으로 많은 장애인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수치.
지난 해 기능경기대회의 경우, 워드프로세서부분에 36명이 지원했으나 올 해는 2배이상의 참가자가 몰렸다.
특히 올 해 워드프로세서 부분에는 지체장애인은 물론, 시각장애(1명)와 정신지체장애인(8명)들도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선반 등 전통적인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종목은 지난 해보다 참가자가 줄었고 컴퓨터수리와 전산응용기계제도, 웹마스터 등이 새로운 종목으로 나타났다.
지장협 최봉준 소장은 "여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장애인들이 익히기에 가장 손쉬운 기술이 컴퓨터 관련 능력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제 소질을 보이는 장애인들도 많은 상태여서 지금부터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장애인도 '기술인재'가 될 수 있을 날이 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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