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의 최악 가뭄...피해 확산

입력 2001-05-25 14:28:00

한반도 전역이 목이 타고 있다. 지난 겨울 눈이 많이 와 풍년농사가 기대됐으나 30년만의 최악 가뭄으로 경기 북부지방을 비롯한 중부지방은 혹심한 가뭄을 겪고있다. 북한에서도 24일 현재 평균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20% 정도에 불과, 파종한 작물이 말라죽는 등 농작물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번 주초부터 며칠간 남부지방에는 단비가 내렸으나 북한의 경우 일부 지역에 '약간의 비'가 왔을 뿐 대부분의 지방은 흐린 날씨를 보였다고 조선중앙방송는 전했다.

이처럼 가뭄이 장기간 계속됨에 따라 각 지역의 가뭄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며 당국에선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피해상황=북한의 곡창지대인 황해북도에서만 3만450여㏊의 농경지가 피해를 본 것을 비롯해 황남과 평북, 함남, 강원도 등 북한 전역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황북 사리원시 협동농장의 경우 경작 면적의 50% 이상, 정방협동농장은 70% 이상 피해를 보았으며, 북한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인 미루벌의 신계군, 곡산군, 수안군 등에서도 벼를 심기 전에 경작하는 앞그루 작물인 밀과 보리, 감자, 옥수수, 남새(채소) 등이 커다란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지역은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라는 점에서 조속히 해갈되지 않을 경우 식량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강원도 역시 가뭄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이천군, 고산군, 철원군 등 대부분의 협동농장에서는 지난 4월 말 파종한 옥수수의 60% 가량이 싹을 틔우지 못한 채 말라죽는 등 12만8천여㏊의 농경지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 청천강 남쪽에 위치한 평북 문덕군부터 황해남도에 이르는 서해안 평야지대의 경우 평년의 11%밖에 비가 내리지 않아 영농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농업부문 외에도 산불도 곳곳에서 발생해 산림자원이 유실되고 통신장애가 나타나고 있으며 산업부문은 공업용수 부족으로 막대한 피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가뭄극복노력=이처럼 피해가 확산되자 북한 당국은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북한은 이번 가뭄을 '왕가물(가물은 가뭄의 북한식 표현)'이라고 표현하고 전국적으로 인력과 양수기, 뜨락또르(트랙터), 물달구지, 그리고 물바께쯔(양동이) 등을 동원, 말라드는 곡식들에 물을 주는 등 '가물피해막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

농업성은 피해상황 조사를 바탕으로 관개시설을 정비하고 양수기 등을 최대로 가동하기 위해 전력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도별 농촌경리위원회에서도 곳곳에 우물을 파고 저수지와 물웅덩이를 만드는 것은 물론 하천을 막아 농업 용수를 확보하고 있다.

도 당위원회의 주관 아래 인력이나 트랙터 등을 이용한 농업용수 운반 및 물주기도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황남의 경우 25만8천여명, 황북 16만6천여명, 강원도에서는 7만5천여명이 가뭄극복에 매일 동원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벼의 경우 모내기(북한의 경우 5월 초순에 시작해 6월 초순에 끝남) 막바지인 25일 전후로 해갈이 되면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밀, 보리 등 앞그루 작물의 경우 황남과 평남 등 이모작 지역의 강수량이 적어 수확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돼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뭄해결을 위해 남북이 함께 기우제라도 지내면 어떨까.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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