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黃金)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고려시대 최영 장군의 가훈은 인간들의 물욕(物慾)에 대한 집착을 꾸짖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올바르게 사는 길은 재물을 탐하지 않고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선인(先人)의 가르침이다. 금은 이처럼 인간의 정신적 가르침의 소재로도 떠올려 질 뿐아니라 옛날부터 인간의 재산증식 수단으로도 사용되어 왔다. 금이 가지고 있는 가치의 불변성을 인식한 인간들은 부(富)의 과시나 신분을 나타내는 장식용으로도 이용한 것은 옛적부터의 일이다.
▲금은 동.서양에서 치료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허준 선생이 심혈을 기울여 펴낸 동의보감에 '금은 신(神)이나 혼백(魂魄)을 안정시켜 간질이나 소아의 경기 등에 주로 사용한다'고 나와있다. 금은 무겁고 가라앉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정신이 위로 흩어지는 것을 막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서양은 19세기 후반부터 결핵균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 금가루를 먹었으며 1920년대에는 류머티즘 치료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다양한 주사제로 이용할 만큼 용도가 광범위하다. 금가루 효능에 대한 인간들의 신뢰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금가루 효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발단은 주류(酒類)제조회사가 금가루를 탄 술을 판매하고부터다. 이 회사제품은 생산 4개월만에 200여만병이 팔려 나갔고 제2, 제3의 금가루 술이 나올만큼 '금가루 신드롬'이 퍼져 있는 것이다. '금가루 마케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지경이라고 하니 그 폭발성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금가루 술'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건강증진 등 의학적 효과가 전혀 없다'고 지적하고 나서 금가루 효능여부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럽게 모아지고 있다.
▲금도 중금속이다. 따라서 약효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무리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류머티즘 치료제로서 효능은 인정하지만 정신안정기능 등은 입증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약으로 만들지 않고 금가루를 그냥 먹는 것은 체내에 흡수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고 보면 금가루 술이 건강증진과는 별 관계가 없을 성싶다. 분명한 것은 무엇이든 욕심이 지나치면 부작용을 부른다는 사실이다. 죽으면 금부처로 환생할 수 있다고 믿어 아침.저녁으로 금가루를 먹었다는 어느 중국 황제의 일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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