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심층면접-세계관의 전환

입력 2001-04-27 14:42:00

어떤 손(客)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제 저녁엔 아주 처참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어떤 불량한 사람이 큰 몽둥이로 돌아다니는 개를 쳐서 죽이는데, 보기에도 너무 참혹하여 실로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맹세코 개나 돼지의 고기는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사람이 불이 이글이글하는 화로를 끼고 앉아서, 이를 잡아 그 불 속에 넣어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아파서 다시는 이를 잡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손이 실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는 미물이 아닙니까? 나는 덩그렇게 크고 육중한 짐승이 죽는 것을 보고 불쌍히 여겨서 한 말인데, 당신은 구태여 이를 예로 들어서 대꾸하니, 이것은 필연코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닙니까?" 하고 대들었다.

나는 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 "무릇 피(血)와 기운(氣)이 있는 것은 사람으로부터 소, 말, 돼지, 양, 벌레, 개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결같이 살기를 원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것입니다. 어찌 큰 놈만 죽기를 싫어하고, 작은 놈만 죽기를 좋아하겠습니까? 그런즉, 개와 이의 죽음은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큰 놈과 작은 놈을 적당히 대조한 것이지, 당신을 놀리기 위해서 한 말은 아닙니다. 당신은 내 말을 믿지 못하겠으면, 당신의 열손가락을 깨물어 보십시오. 엄지손가락만이 아프고 그 나머지는 아프지 않습니까? 한몸에 붙어 있는 큰 지절(支節)과 작은 부분이 골고루 피와 살이 있으니, 그 아픔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물며, 각기 기운과 숨을 받은 자로서 어찌 저놈은 죽음을 싫어하고 이놈은 좋아할 턱이 있겠습니까? 당신은 물러가서 눈 감고 고요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하여 달팽이의 뿔을 쇠뿔과 같게 보고, 메추리를 대붕(大鵬)과 같은 것으로 보도록 해 보십시오. 그런 뒤에야 나는 당신과 함께 도(道)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이규보의 '슬견설( 犬說)'에서

실옹(實翁)이 말하기를, " 내가 너에게 묻겠다. 생물의 종류는 세가지가 있으니 사람, 금수, 초목이 그것이다. 이 셋에 귀천의 등급이 있는가".

허자(虛字)가 대답했다. "천지간 생물 중에 오직 사람이 귀합니다. 저 금수나 초목은 지혜나 지각이 없으며, 예의나 의리도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이 금수보다 귀하고, 초목이 금수보다 천하지요".

실옹은 고개를 들고 껄걸 웃더니 말하였다. "너는 정말 사람이구나. 오륜(五倫)과 오사(五事)는 사람의 예의이고, 떼를 지어 다니면서 울부짖거나 먹이를 먹는 것은 금수의 예의이며, 떨기로 자라고 무성한 것은 초목의 예의다. 사람의 입장에서 물(物)을 보면 사람이 귀하여 물이 천하나, 물의 입장에서 사람을 보면 물이 귀하고 사람이 천하다. 하늘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과 물(物)이 균등하다".

- 홍대용, '의산문답(醫山問答)'에서

◈생각하기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를 안겨 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심각한 환경문제와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관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두 글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공생에 관하여 자신의 견해를 정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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