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생활자들은 고달프다.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치솟는 판에 월급·상여금은 제대로 나오지 않고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월급에서 떼는 돈은 갈수록 늘어 '적자인생'으로 내몰리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더욱이 어버이날, 어린이날, 스승의 날 등이 몰려 있는 5월을 앞두고 벌써부터 직장마다 한숨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대구지방노동청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체불은 지난해 3월엔 44개 업체가 15억7천여만원이었으나 올 3월에는 체불업체는 96개로 2배, 체불액은 321억3천여만원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노동청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지역 건설, 자동차업체 등의 퇴출영향으로 지역경제가 몰락, 체불임금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부품업체 김모(37.대구시 달서구 대곡동)과장은 25일 "납품을 하던 업체가 부도나는 바람에 넉달만에 월급(186만5천원)을 받았지만 각종 세금과 공제액을 털고 나면 160만원뿐이다. 그동안 세식구 생활비로 끌어쓴 은행 대출금 수백만원을 어떻게 갚을 지 막막하다"고 우울해했다.
올들어 금융기관에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는 봉급생활자 또한 부쩍 증가, 대구은행 경우 지난해 12월 5만3천여건에서 4개월만에 1만여건이 더 불어났다.
은행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이전까지만 해도 매달 1천건 미만이던 마이너스 통장 개설자가 연말 이후 매달 2천여건씩 늘어나고 있고 대부분 봉급생활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곽모(35.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씨는 "상여금이 제때 나오지 않아 생활비가 모자라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며 "한달 열심히 일해도 갈수록 빚이 늘어나 요즘처럼 봉급생활자의 비애를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빚을 내 생활비를 충당하는 월급쟁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자녀들의 교육비 마련을 위해 적금을 깨는 사례는 보통이고, 은행 대출 창구마다 줄이 늘고 있다.
임금체불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자생활안정자금대출'(3년 분할상환 연 6.5% 금리로 500만원까지)의 경우 최근 한 회사에서는 전 직원의 절반인 900여명이 대출을 신청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여기에다 올 1/4분기 중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4.2%나 급등한 데다 의료보험료는 올초 21.4% 인상에 이어 6월부터 또 다시 오를 것이 확실해 봉급생활자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봉급생활자들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지나치게 소득을 낮게 신고해 물의를 빚고 있는 국민연금에서도 자영업자(월소득의 4% 공제)보다 높은 월급여의 9%를 떼고 급여 인상분만큼 공제액이 따라 많아지는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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