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불소화' 시비가 갈수록 농도를 더하고 있다. 적용 범위를 넓혀가기는커녕 이미 실시 중인 정수장 조차 막겠다고 나서는 단체가 있을 정도. 보건복지부는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 것이 이(치아) 건강에 좋다고 1996년부터 6년째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해악이 없다는 확증이 없다는 저지 논리 역시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현장 상황
경북 도내 경우 107개 정수장 중 포항 유강.양덕, 경주 탑동.보문, 칠곡 공단, 구미 등 6개 정수장만 불소를 넣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589개 정수장 중 48개(8%, 그 중 11개는 공사 중)만이 불소를 투입하고 있거나 그럴 계획 아래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경북도내에선 1999년 이후 이 사업을 신청한 시.군은 단 한곳도 없다. 경북도청은 정부 지침에 따라 적용 정수장을 늘릴 방침이지만, 해당 시.군이 신청을 하지 않는 한 예산조차 설정할 수 없는 형편. 그래서 홍보만 하고 있다.
이런 중에 이미 불소화 된 포항의 2개 정수장이 거꾸로 이를 중단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녹색 소비자연대 등 18개 단체가 '불소화 반대 시민 모임'을 결성, 조직적으로 반대운동을 펼치고 나섰기 때문. 시민단체들은 불소 투입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 불소 투입을 추진 중인 곳에서도 갈등이 심하다. 경남 거창 경우 환경단체인 '푸른 산내들'이 반대하고 나서자 군청은 주민 2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것.
◇시비의 요체
정부에서는 세계 60여개국이 불소 투입을 결정해 시행하고 있고, 미국 질병관리센터(CDC)가 "20세기 공중보건 분야 10대 업적"으로 지목할 만큼 불소 투입은 탁월한 효과를 가져 온다고 설득하고 있다. 경북도청 보건위생과 은종영씨는 "국내에서도 여러 전문가들의 여론 수렴을 거친 사안이어서 2005년까지 도내 100여개 정수장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치과의사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편.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정재봉 공동대표는 "불소는 충치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반면 해롭다는 주장은 증거가 없다"며 시민 건강을 위해 이 사업이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불소의 폐해를 우려하는 쪽이다. 이들은 "한국인은 식습관상 자연히 불소를 많이 섭취하고 있어, 수돗물에까지 넣을 경우 과잉 섭취 상황이 돼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체내에 축적되면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것. 또 불소 투입의 기술적 한계도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이때문에 사소한 실수만 있어도 많은 시민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불소화 반대 포항 시민모임' 문수경 사무국장은 "미국에서도 1990년대 이후 안전성에 논란이 제기돼 있고, 특히 우리는 식습관 때문에 외국인 보다 자연적인 불소 섭취량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소비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던 포항의 불소 투입은 꼭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거창.조기원기자 cho1954@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