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빚막는 현금서비스

입력 2001-04-23 15:12:00

장모(39.수성구 범물동)씨는 올들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카드 1개를 만들어 모두 6개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

작년 초까지 3개였던 장씨의 신용카드는 현금서비스를 받기 시작한 뒤 갑자기 늘어났다. 대출 이자와 생활비로 쓰기 위해 카드 2개에서 150만원을 서비스 받고 2차례 연체한 뒤 현금 서비스 이용 액수가 점차 늘어났고 현재는 300만원을 연리 20~27%에 쓰고 있다. 연간 2천500만원 안팎의 소득으로는 자신을 포함해 네식구 생활비를 대고 나면 한달 50만원도 갚아들어가기 어려웠던 것.

박모(35.동구 신암동)씨도 월소득 140만원인 형편을 감안하지 않고 작년 7월 180만원짜리 자녀 영재교육 교재를 할부 구입하면서 현금 서비스 이용횟수가 부쩍 늘었다. 교재 구입 당시 회사에서 밀린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회사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보너스가 계속 밀리는 바람에 카드 1개가 더 늘었고 현재는 100만원 정도를 매월 현금서비스로 융통하고 있다.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의 특성상 한번 서비스를 이용하면 속칭 '카드 돌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신용카드사 직원들의 설명이다. IMF 이전에 비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이용객 수는 5% 정도 늘어났지만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50% 이상 늘어났다. 대구에 사는 신용카드 이용 시민이 1차 연체를 하는 경우는 100명 중 10명, 이 중 6명은 현금 서비스를 받고 제때 갚지 않은 경우다. 현금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카드 돌리기로 빚을 갚는 사례는 서비스 이용자의 60% 정도가 될 것으로 한 카드사는 분석하고 있다.

한 카드사 대구지점 관계자는 "신용사회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카드로 물건을 사서 이를 제때 갚는 것인데 최근에는 현금서비스 이용자와 액수가 늘어나 비정상적인 이용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카드사의 주요 수입도 이용 수수료보다 연리 20% 이상인 현금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한 금융점포에서 관리하는 1만명 안팎의 신용카드 고객을 분석한 결과 작년 말에 비해 3월 말의 연체자 수가 300명 정도 늘어났고 이 중 200여명이 현금 서비스를 받은 사람이다.

금융점포 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올 1/4분기 카드 사용 횟수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0% 이상 늘어난 것은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라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금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신용카드 의존도를 높인 결과"라며 "이런 현상은 결국 상습 연체자와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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