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치권 우경화 배경

입력 2001-04-18 00:00:00

오는 24일 자민당 총재경선을 일주일 앞두고 4명의 입후보자들이 역사교과서 문제에서부터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이르기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우경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후보가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자위대의 집단자위권 행사 등 미묘한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로 긍정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일본사회 저변에 흐르고 있는 우익의 목소리에 편승하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은 거품경제 붕괴 이후 10년이상 장기적인 경제침체를 거치면서 민족주의가 강화됐고, 이런 틈바구니를 비집고 사회전반에 우경화의 뚜렷한 물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정치인인 이들이 우경발언을 확대재생산하는 형태로 선거운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7월 참의원 선거 등을 의식, 104만명에 달하는 전쟁 희생자 가족 및 우익표를 챙기려는 의도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후보는 17일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의 위패가 합사돼 있는 도쿄(東京)의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 당내 총재경선의 우경화 조짐에 또 한 차례 불을 댕겼다.

이에 질세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후보도 지난 96년 총리재직 당시 이뤄진 신사참배가 '개인적이었던 것'이라는 변명을 뒤집고, "총리에게 사적(私的)인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이냐"며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이며 시류에 영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 一郞) 후보도 총리직에 오르면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하겠다고 일본전몰유족회 등에게 약속했으며, 아소 타로(麻生太郞) 후보도 참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위대의 집단자위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가메이 후보와 아소 후보가 14일 헌법개정을 통한 집단자위권 보장을 주장하고 나서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 국민 대부분이 자위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헌법을 엄격히 해석해 집단자위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게 이들 후보의 주장으로, 전후 제정된 평화헌법의 전수(專守)방위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한 발언이다.

또 지난 12일에는 하시모토 후보 등 입후보자 4명이 모두 우익 역사교과서 파문과 관련해 "검정제도에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하는 등 주변국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총재 선거가 아직도 일주일이나 남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에 4명의 후보들의 우경화 경쟁은 한층 기승을 부릴 전망이며, 누가 당선되든 일본의 새 정권은 우익성향을 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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