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르포-농촌 열악한 인터넷 환경

입력 2001-04-16 00:00:00

가정·사무실은 물론 거리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통하는 길이 열려있는 도시와는 달리, 농촌의 인터넷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농촌에는 초고속통신망이 왜 필요하나=성주의 '정보화 시범마을'로 지정된 선남면 도흥리. 작년에 '도흥 참외'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대도시 소비자들로부터 참외 5천여 상자를 주문받아 3억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이 방식으로 올해엔 1만 상자를 팔아 5억원 이상을 벌 계획이다. 노성후(40) 작목반장은 "인터넷을 이용한 참외 판매를 외면하던 사람들도 이젠 34명이나 참여할 정도로 인터넷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며, "인터넷 직거래 덕분에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어 농가 몫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영양군은 1998년부터 매년 몇억원씩 들여 지역 특산물을 알리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그 덕분에 수비면 오기리 도화리골의 '도화 고추'는 전국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6개 읍면 소재지에 ADSL도 설치됐다.

성주 월항 농공단지 기업 '무성' 윤규원(32) 과장은 "초고속통신망 덕분에 외국 바이어들과 직접 e메일로 수출 주문·상담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이를 통한 직접 상담으로 계약 성공률이 높아져 작년에는 사무용 기기 100만 달러 어치를 수출했다는 것. 성주에서는 농공단지가 있는 4개 읍면에는 초

고속통신망이 가설돼 있고, 올해 안에 용암·수륜·월항 등 3개 면에도 ADSL이 보급될 예정이다. 이런 곳에선 인터넷을 통한 수출·전자상거래 등이 활발하게 진행돼 농촌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대부분은 여전히 '인터넷 낙도'=소비자보호원이 작년에 전국 80개 읍면 지역 정보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 컴퓨터 보급률은 32.4%, 인터넷 이용률은 15.4%에 불과했다. 대도시 컴퓨터·인터넷 보급률은 각각 51.5%, 47.7%였다.

영양군이 작년 말에 정보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선 4천675 농가 중 컴퓨터 보유 농가는 10%도 안되는 466농가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의 6분의 1 수준. 비농가 3천690 가구 중에서도 16.3%(1천여 가구)만 컴퓨터를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최신 윈도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를 가진 집은 그 보다도 훨씬 적다.

이런 현실은 기업들이 모여 있는 농공단지에도 마찬가지. 기업 전용선은 꿈도 못꾸고, 가정용 ADSL이 보급된 곳조차 일부에 불과하다. 영천 5개 농공단지 중에선 화산·고경 농공단지가 아직 ADSL망을 갖추지 못했다. 전자 상거래, 홈페이지 홍보, 인터넷 쇼핑몰 등은 먼 나라 얘기인 것이다. 화산 농공단지 '삼진판지' 정연완 사장은 "일반 전화선으로는 쇼핑몰 운영이나 B2B(기업간 거래)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유통의 축이 사이버 거래로 넘어가고 있지만 손 쓸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는 것.봉화 경우 일부 거점 동네에까지 ADSL이 개설됐으나, 그 특성상 본시스템과 거리가 3~4㎞ 이상 떨어져 있으면 제기능이 발휘되지 않아 별 도움이 못되고 있다.

◇국가가 심각성 인식해야=초고속망에 가입하면 24시간 인터넷을 사용하고도 월 3만~4만원의 요금만 내면 된다. 그러나 그게 없어 비싼 모뎀까지 사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할 경우, 하루 몇시간씩만 해도 한달에 십몇만원의 전화료 고지서가 날아 든다. 영양의 김해식(48·입암면 산해리)씨는 "일반 전화선으로는 속도도 늦지만 요금이 더 무서워 집에서는 아예 인터넷을 포기하고 가끔 군청 민원실에 가 농사 관련 정보를 찾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정보화 한답시고 농촌지역 주부·학생·자영업자를 불러 모아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지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컴퓨터는 그저 워드프로세서의 역할 밖에는 할 수 없는 실정. 정부의 구호가 헛돌고 있는 셈이다.

정보통신부도 앞으로 1천500억원을 들여 농어촌 초고속통신망 개설을 지원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턱도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더 유력하다.

미국 경우, 농촌 정보화에 나서는 기업에겐 앞으로 5년간 30억 달러(약 3조9천억원)를 장려금으로 지원하겠다고 작년에 밝혔었다. 호주는 1997년부터 정보화에 뒤진 지방정부에 매년 5천만 달러씩 지원하고, 농민들이 저렴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국영 통신회사의 주식 판매 대금으로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상주시청 공정택 정보관리담당은 "초고속 통신망 설치업체들이 투자 비용에 비해 수익이 낮은 농촌지역을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든지 민간업체에 돈을 지원해서라도 정보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김수용·서종일·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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