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력저하 비상, 과외 우려

입력 2001-04-11 12:34:00

고교생들의 학력에 비상등이 켜졌다. 현 고3 학력의 심각한 저하, 대학 신입생의 기초학력 부진 등에 관한 발표가 잇따르면서 '학력 높이기'가 대입 전형의 최대 화두가 된 것.

수능시험은 이미 지난해 보다 어렵게 출제된다고 발표됐으며,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들도 구술.면접을 사실상의 '본고사' 형태로 운영할 전망이다. "특기.적성 하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며 학력을 소홀히 해 온 '이해찬 1세대'로서는 발등을 찍힌 셈.

그러나 학교에서는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학생이나 학부모가 더욱 사교육에 기대게 되는 현상만 심화되고 있다.

◇심각한 학력 부진=수능점수 기준으로 현 고3들의 학력은 작년 보다 40~50점 떨어진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 평가이사는 "지난달 있은 모의 수능시험 결과를 분석해 보니 작년 고3들 보다 점수가 훨씬 낮았다"고 말했다. "공개하면 고3 교실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구체적 수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으나, 40점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짐작됐다.

취재팀이 이 수능시험을 치렀던 대구 일부 고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상위권 2, 3명 정도만 380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급에 따라 1등은 380점 이상인데 2등은 360점대로 떨어진 경우도 많았다. 극소수를 제외한 고3들은 심각한 학력 부진에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것.

이런 가운데, 대구 한 학원의 경우 390점 이상만 9명이었고 380점 이상은 91명이나 됐다. 출제기관들이 386점 정도를 서울대 의예.법학과 합격 가능 점수로 잡은 것을 감안하면, 최상위권 대학 학과들은 재수생 판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친 것.

현 고3은 2학년이던 작년 1학기 때 선배들과 똑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렀을 때도 인문계 27.1점, 자연계 34.5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었다.

고3 담당 교사들은 더욱 걱정스런 문제를 제기했다. 모의 수능시험을 거의 치러 보지 못해 교시당 70~120분인 시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기는 커녕 정신을 집중해 시간을 채우기도 힘들어 하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편법 본고사 확대 조짐 = 신입생 학력 저하를 문제 삼는 대학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립인 서울대가 맨 앞장을 섰다. 신입생 대상 자체 기초시험에서 5.4%가 낙제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어떤 단과대에서는 우열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면서 "오는 입시 때부터는 심층면접과 구술고사를 강화해 수험생들의 실제 학력을 평가하겠다"고 슬며시 내밀었다.

서울대는 이미 지난번 입시에서 이공계열을 중심으로 편법 본고사를 도입했었다. 수학.과학 문제를 풀게 한 뒤 면접관에게 설명하는 방식. 말로 하는 지필고사인 셈이다.

고려대는 논술고사 문제와 예시문을 아예 영어로 출제했었다. 대비를 못했던 수험생들은 대부분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최근 잇따르고 있는 대학들의 유난스런 학력 저하 폭로는 올 입시에서 여러 형태의 편법을 도입하기 위한 명분 쌓기일 것이라고 입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가뜩이나 학력이 낮아 수능시험도 감당치 못하는 고3들에게 대학별 고사라는 더 높은 벽이 생길 거라는 얘기다.

◇수준에 맞는 대비 필요 = 고교들은 이렇다 할 학력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열반을 편성해 수준별 수업을 하라는 요구도 있고, 모의 수능시험이라도 자주 치르게 해 달라는 요구도 많지만 현실화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수험생.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말 학원 수강이나 과외가 당연스런 분위기가 되고 있는 것.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학력에 매달리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했다. 자신의 수준과 희망하는 대학.학과에 맞는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충고에 따르면, 논술이나 구술.면접에 비중을 두는 대학은 대부분 상위권 대학들이다. 중하위권 수험생 경우 공연히 그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교과서의 원리만 충분히 이해해도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수능 대비부터 충실히 하는 것이 성공 입시의 길이다.

다만 상위권 수험생들은 주요 과목이나 희망하는 학과에서 요구하는 특정 과목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가 시급해졌다. 수능 문제 수준 이상의 대비가 필요한 것. 서울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면 토익.토플.텝스를 준비하고 수학도 정석 수준은 무난히 풀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원할 학과의 전공과 관련 있는 교과목에 대해서는 별도의 전문서적이나 잡지 등을 평소에 읽어 두는게 유리하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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