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계 개편안 확정

입력 2001-04-07 15:16:00

6일 확정, 발표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직접 당사자의 한 축인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위원회 공무원조직의 기능 강화로 귀결됨에 따라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기획예산처 주관 태스크포스팀이 우선 순위로 제시했던 금감위-금감원 통합안을 폐기하고 금감위 공무원조직 확대를 선택함에 따라 '관치금융 부활', '작은정부 정면 배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해 부도덕 벤처기업인의 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건인 '정현준게이트'에 금감원 고위간부가 연루된 직후 추진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진통끝 봉합으로 일단락됐으나 향후 파고가 예상된다.

▲감독체계 개편 추진과정='정현준게이트'에 금감원 관련 국장이 뇌물수수 의혹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부원장보가 구속 수감되면서 금감원 직원의 도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고 금감원과 금감위로 2원화된 현행 금융감독체계에 '메스'를 가해야 한다는 필요론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작년 11월 각계 인사 6명으로 금융감독조직혁신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개편방안 검토에 들어갔고 태스크포스팀은 1개월 여의 작업끝에 금감원-금감위 통합(1안)을 포함한 4가지 시안을 내놓으며 공청회를 개최했다.

기획예산처는 또 민관합동기구인 '금융감독조직 혁신위원회'를 구성, 지난 달 23일까지 모두 6차례 회의를 열어 감독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했다.

혁신위의 논의가 거듭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 금감위에 불공정거래 조사권을 부여하고 법규제정 및 각종 인허가업무를 금감위가 가져가는 등 금감원에 대한 금감위의 지시.감독권 강화안으로 '무게추'가 옮겨졌다.

▲개편안 문제점 없나=정부가 확정한 내용은 당초 태스크포스팀이 제시하고 금감원, 학계, 연구기관 등 각계에서 지지한 금감원-금감위 통합안보다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가 금감위 공무원조직 비대화를 고집한 명분은 금감원이 민간조직이어서 금융비리 유혹에 취약하다는 것이지만 금감원 직원에게는 이미 공무원에 준하는 복무지침이 적용되고 있고 비리사건도 조직 전체의 문제보다는 개인적 비리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각계의 지지를 받은 1안을 폐기하고 공무원조직 기능강화안을 채택한 것은 1안의 경우 현재 60여명에 달하는 금감위 공무원 상당수가 정리돼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공무원의 '자리보전'을 위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명분을 내세워 금감위 공무원조직 기능강화를 관철시키면서 금감원을 금융기관 검사만 담당하는 '금융검사원'으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다.

금융의 건전성은 금융기관이 시장원리에 따라 경영될 때 확보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업무가 중립성있는 기구가 아닌 공무원조직에 의해 수행될 때 관치의 '꼬리'를 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정부안을 비판하는 견해다.

▲금감원 반발수위 높인다=정부의 전격적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접한 금감원 직원들은 황망한 표정 속에 노조 중심으로 반발수위를 높일 채비다.

노조 집행부는 '삭발투쟁'과 함께 이근영 금감위원장 퇴진 운동을 공언하고 있을 정도로 강경한 분위기가 팽배하며 기능약화에 따른 대대적 인사가 예고되면서 고위 간부들도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금감원 노조 집행부의 한 간부는 "의결기구인 금감위 행정을 보좌하기 위해 한발을 걸쳤던 공무원조직이 금감원을 접수하는 '주객전도'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그동안의 금융개혁이 감독체계 개편으로 인해 오히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훨씬 이전으로 퇴보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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