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가계 숨통죈다

입력 2001-04-03 14:14:00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남편을 둔 김모(59)씨는 딸을 시집보내면서 진 새마을금고 빚 600만원의 이자(매달 6만원)를 갚느라 허리가 휠 정도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속에서도 연 12%의 대출 이자율은 떨어질 줄 모르는 데다 남편의 한달수입 50여만원으로는 뜀박질을 하는 물가를 따라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원금 5천만원의 이자소득으로 살아가는 김모(75.대구 수성구 시지동)할머니는 "40만~50만원이던 이자소득이 23만원으로 쪼그라들어 살길이 캄캄하다"고 하소연을 했다. 김 할머니는 "의료보험료도 올라 매달 5만8천원을 내고나면 아파트 관리비는커녕 반찬값도 못댈 지경이다"며 "물가도 연초보다 50%는 오른 것 같다"고 탄식했다.

경제불황속에서 고물가 파동이 일면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LG.S오일이 휘발유값을 올린 데 이어 3일부터 SK, 현대가 사상 최고인 ℓ당 1331원으로 인상했으며, 도시가스요금은 올들어 2차례에 걸쳐 15.6% 오르는 등 각종 요금이 인상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은 실업의 위협속에 기초생활조차 허덕이며 '가정붕괴' 사태를 맞고 있고, 증산층 또한 저금리로 인한 금융소득 감소에다 사교육비를 비롯한 고물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년여동안 소비자물가는 평균 25.1% 올랐으나 휘발유.병원진찰료.상수도요금.우유 등 58개 생활필수품의 소비자물가지수는 95년 100에서 지난 2월 142.4로 42.4% 폭등했다.

서민아파트인 대구시 중구 남산동 까치아파트의 경우, 690세대의 6분의 1가량이 관리비를 못내 일부는 '퇴거요구'에 몰려 있으며, 이같은 사태는 지난 해 같은 시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사교육비는 봉급생활자를 포함 중산층의 가계를 짓누르고 있고 이자소득으로 생계를 꾸리는 은퇴자들은 '바닥 금리'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 3월부터 유치원비는 6.4%, 입시학원비 10.8%, 외국어학원비 6.1% 등 지난 2월에 비해 사교육비가 일제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 박석돈(사회복지학)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어 국민들 사이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며 "물가 안정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에게 불리한 의료보험, 국민연금 같은 사회안전망의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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