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지하수시설, 방치된 폐공 등으로 인한 지하수 고갈 및 오염이 심각하지만 행정기관 등 당국의 지하수 보호 대책은 전무할 정도여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97년 지하수 보호를 위해 신고, 허가와 환경영향조사를 받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규까지 개정했지만, 오히려 이를 이용한 불, 탈법이 횡행하는 바람에 지하수 고갈과 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실태
3월말 현재 대구시에 신고·허가된 지하수시설은 4천900여곳. 하지만 이는 전체 시설의 30~40%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장, 건물, 아파트, 대중목욕시설, 논, 밭, 가정집 등지에서 생활용, 공업용, 농업용으로 개발한 관정이 2만여개 정도로 추산되지만, 신고, 허가된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불법 시설이나 방치된 폐공으로 지하수 고갈이나 오염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개발실패, 수질불량, 지하수고갈 등으로 인한 폐공도 지하수 오염의 직접적인 원인. 땅위의 오염물질이 깊이 100~200m 폐공을 통해서 곧바로 지하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방치된 폐공만 찾아도 지하수 수질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도시의 경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철저하게 감춰 폐공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 개발시공업체 관계자는 "폐공의 경우 원상복구하고 현장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구지역의 경우 방치된 폐공이 40%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인
97년 지하수법이 개정됐지만 오히려 불법과 편법을 합법화시키는 '면죄부'가 되고 있다. 환경영향조사만 통과되면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어, 유령 영향조사와 허위보고서가 판치고 있으나 영향평가 보고서를 제대로 심의할 전문지식을 가진 담당공무원들이 거의 없어 대부분 허가되고 있다.
하루 사용량 100t이상의 지하수를 개발할 경우 전문기관에 환경영향조사를 위탁, 수질, 수량 등을 검사한뒤 결과 보고서를 구, 군청에 제출하면 심의를 거쳐 허가 여부가 결정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발주처와 굴착업체가 처음부터 필요량을 임의로 계약, 수질과 수량에 관계없이 개발을 하거나 아예 현장조사없이 형식적인 보고서만 작성하는 등 환경영향조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또 환경영향조사없이 시공하는 무자격업체들이 많아 지하수 고갈과 오염이 더욱 심각하다.
경북대 지진. 산업 지질연구소 김교원 소장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이의 제기와 조사 보고서의 허위, 불성실성에 대한 지적이 많아 앞으로 정책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고, 허가를 받기 위한 비용이 부담돼 사람들이 불법과 폐공을 더욱 숨기고 있는 실정. 하루 30t이상 100t미만의 지하수를 사용하는 경우 신고를 받아야 하지만 대행, 시설 설치비 등 100만~2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100t이상의 경우 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고, 허가를 기피하고 있다.
▲단속
정부는 지난 1월부터 6개월동안 신고, 허가되지 않은 지하수 시설 및 숨겨진 폐공에 대해 집중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형식적인 단속전담반만 구성하고 있을 뿐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단속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대구시 경우 3월말 현재까지 단속 건수가 한건도 없다.
인력 부족 등으로 현장 조사나 단속이 불가능한 실정이어서 불법 시설과 폐공이 방치돼 있고, 전문지식 부족으로 환경영향조사 보고서의 허위여부를 판단하기도 힘들다. 단속전담반도 형식적으로 구성돼 있을뿐 전적으로 자진 및 주민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
서울, 경기, 제주 지역의 경우 지하수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나 수자원개발공사 등 전문기관에 심의를 의뢰, 적합여부를 평가받는 등 지하수보호에 신경을 쓰고 있는 반면 대구는 전문기관 의뢰는 물론 수차례 거론된 자문위원회도 구성돼 있지 않다. 대구시 관계자는 "별도의 단속 전담직원을 두거나 다른 업무를 줄이는 방법으로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견해
지하수량은 지표수보다 60배이상 많은 것으로 추산되고, 수질 또한 뛰어나지만 지하수 관리, 보존은 소홀하다. 수량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은 수원고갈과 수질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지하수 보존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영남자연생태연구소 이진국 이사는 "지하수의 50~60%가 이미 오염돼 지하수를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더이상 고갈과 오염이되기 전에 현실적인 지하수관리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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