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토론과 실천

입력 2001-03-31 15:09:00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30일 열린 한나라당의 대구경제 회생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이런 점에선 분명 성공이었다. 지역 출신 의원과 경제계.학계 등 각계 인사들이 함께 자리를 했고 진지하게 '지역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방청객도 100여명이 넘어 행사장 입구부터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말 그대로 열기로 가득찼다. 어찌 보면 지도층의 불화와 정치적 상실감 등으로 리더그룹이 없다는 대구에서 이런 행사가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의미를 가질수 있다.하지만 완전한 성공이 아닌 '절반의 성공'이었다.

4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토론이 이어졌지만 정작 결론이 없었다. 문제 제기만 있었을 뿐 해결책이나 추진 방향은 물론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백인백색의 나열식 토론회에 그쳤다. 물론 '지방분권'이나 '시.도 통합론' 등 좀더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구태의연한 백과사전식 잡화상 토론에 머무른 것 같아 빛이 바래고 말았다.

그리고 지역 문제를 논하는 자리에 정작 있어야 할 시장과 도지사가 현장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인사말만 남기고 빠져버렸다. 또 일부 '몰지각한' 의원들은 "당장 할 것이 없다. 정권을 되찾는 것만이 지역이 살 길이다"는 등의 뚱딴지같은 정치 발언으로 토론회를 '정치집회장'으로 변질시키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지역 모대학 교수의 "지난 10년간 수도 없이 지역문제에 대해 이런 식으로 토론만 해왔다. 대구는 지난 10년의 세월을 잃어버렸다"는 일성은 두고두고 새겨볼 만했다.

결론은 진단하고 토론하고 푸념만 할 게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정치권은 실천을 위해 빠질 수 없는 주체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지역 주민들은 지역 정치인들이 선거와 표만 의식한 일회성.전시성 행사가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행동을 먼저 보여줄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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