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장애 어린이 어떻게 지도할까

입력 2001-03-20 15:36:00

"어휴, 답답해! 왜 그것도 몰라? 잘 읽어놓고…". 초교 1년생 지혜가 책 읽는 것을 지켜보던 엄마가 속상해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만다. 말도 잘 하고 똑똑하고 책도 줄줄 잘 읽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도통 이해를 못하다니… 병원에 가 봤더니 지혜의 문제는 학습 장애라고 했다. 정보를 통합 처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살펴 판단할 줄 아는 부모

자녀가 공부 잘 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초교생의 10% 이상이 학습장애를 겪을 정도로 문제가 있는데도, 부모들은 그걸 모른다. 그러자니 자녀가 못났거나 양육이 잘못된 탓이라 생각하고는 아이만 닦달하는 경우가 많다.더 큰 문제는, 이렇게 못한다는 소리에 주눅 든 아이들은 더 커서는 물론 성인이 돼서도 계속 자신감을 잃고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 학습 장애가 생길까?

학습 장애는 정상적인 지능과 교육환경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듣기·말하기·읽기·쓰기 등 특수 영역의 발달이 늦어 또래보다 배우는 게 더딘 것을 의미한다. 영남대병원 신경정신과 박형배 교수는 발생 위험 요소를 몇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뇌의 신경세포가 발달할 때 문제가 있을 경우. 이때는 정신지체(IQ 70 이하)가 될 가능성도 있으나, 그 초기 이후 신경세포가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이동한 후 어떤 문제로 신경세포의 발달이 방해를 받으면 학습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유전적 요인. 부모나 형제가 학습장애일 경우 해당 아동에게서도 학습장애가 나타날 확률은 20~30% 된다.

산모의 알코올·담배·약물 사용, 출산 때의 태아 저산소증 등은 세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언어 발달에 가장 민감한 시기인 2세 반에서 3세 사이에 적절한 언어적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것, 중이염 등이 오래 지속되는 일, 이른 시기에 TV를 지나치게 많이 보는 것 등도 뇌의 균형적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

◇징후들에 주의하자

자녀가 학습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조기 경고 징후들이 있다.

△발달이 또래에 비해 늦는 것 △무슨 일을 하는 데 일관성이 없고 잘 하고 못하는 것이 들쭉날쭉 한 경우 △학습 상황을 싫어하고 관심이 없는 경우 △말은 똑똑한 것 같은데 실제 학습을 시켜보면 기대했던 것보다 못한 일 △지속적으로 행동·정서적 문제를 보이는 경우 △자신감·자존심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학습장애는 신경학적인 문제이고 극복될 수 있는 장애"라고 강조했다. 올바른 이해 아래 도와주며 기다리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이다. 처칠, 헤밍웨이, 톰 크루즈 등 학습장애를 이기고 성공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박 교수는 "자녀가 학습장애를 가졌을 경우, 또래 애들만큼 잘 하게 만들려고 무리하게 공부시켜 흥미를 잃게 만들지 말라"고 충고했다. 과제 분량을 적게 해 성공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게 함으로써 자신감을 찾고 큰 성공을 이루는데 이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또 △잘못 한다는 자괴감을 심어줘 자신감·자존심의 발달이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고 △결함 있는 부분에 도움 될 수 있는 보조 수단을 사용하는 예외를 인정하고(글씨 못 쓰는 아이에게는 타이핑을 허용하는 것 같은 일) △무조건 결함을 고치려 들기보다는 장점을 찾아내 발달시켜 주겠다는 자세로 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학습장애 유형

◇듣기△다른 사람의 말을 구분하기 힘든다.

△단어를 자주 혼동한다.

△동일한 뜻이라도 다르게 표현하면 이해하지 못한다.

△간단한 말이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보고는 쓸 수 있어도 말하는 것을 받아 쓰기는 어렵다.

△조금 빨리 말하면 이해하지 못한다.

△추상적이거나 은유적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읽기△글 읽는 속도가 느리거나 조절하기가 힘든다.

△유사한 글자를 혼동해 읽는다.

△읽을 때 건너뛴다.

△읽는 것을 싫어한다.

△읽는 내용의 이해력에 일관성이 없고 핵심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

△글자 순서를 거꾸로 읽는다(아버지→아지버)

△음성과 문자를 옳게 연관시키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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