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공격축구 한판대결 유럽 수비축구

입력 2001-03-20 14:51:00

1958년 최북단 스웨덴에서 열렸던 월드컵 대회는 대륙 최남단으로 무대를 옮겨 1962년 남미 칠레에서 일곱번째를 맞았다. 공교롭게도 칠레는 이때 오소르노 휴화산의 폭발로 지진의 습격을 받는 국난을 겪었다. 하지만 칠레는 이 국난을 극복하고 월드컵을 치러내 참가국들의 찬사를 받았다.

5월30일 산티아고 등 4개도시에서 열린 7회 대회는 남미의 공격포진과 유럽의 수비포진이 새롭게 격돌하면서 초반부터 거친 경기가 시작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줄리메컵을 두차례나 따낸 우루과이가 소련과 유고에게 덜미가 잡혀 예선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또한 우루과이처럼 두차례 우승한 이탈리아가 서독에 비기고 칠레에 굴복, 예선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조예선 가운데 빅 이벤트였던 브라질과 체코의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으나 두나라 모두 멕시코와 스페인을 제치며 8강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각조별 예선 뒤 1조의 소련과 유고, 2조의 서독과 칠레, 3조의 브라질과 체코, 4조의 헝가리와 영국 등 8강이 확정됐다. 8강전에 접어들면서 공격과 수비 시스템의 전형적 대결로 경기는 더욱 거칠어져 혈전이 펼쳐졌다.

마침내 국제축구협회 스탠리 라우스 회장은 월드컵의 명예를 위해 승부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칠레와 소련이 맞붙은 6월10일은 4강 확정의 분수령으로 경기장은 초만원이었고 양팀은 대혈전을 펼쳤으나 전반에서 판가름 났다.

전반 19분 칠레의 산체스가 선취골을 따내자 반격에 나선 소련은 7분후 치슬렌코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환희에 찬 만회골을 얻은 뒤 2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칠레 로야스가 결승골을 날렸다. 칠레는 2대1로 경기를 마쳤고 칠레관중들의 함성으로 경기장은 떠나갈 듯했다. 또다른 8강전에서 브라질은 영국을 3대1, 체코와 유고는 헝가리와 서독을 각각 1대0으로 눌러 패권쟁탈은 4강전으로 좁혀졌다.2연패를 노리는 브라질은 펠레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신예 아마릴도를 비밀병기로 기용, 준결승전에서 홈팀 칠레를 4대1로 일축하고 결승고지에 올랐다. 체코도 유고를 3대1로 따돌리고 결승대열에 합류, 예선에 무승부를 기록했던 브라질과 다투게 됐다.

결승전 전반15분 유럽 최고스타 체코의 마조푸스트가 선취골을 뽑아 기선을 제압했다. 체코의 기쁨은 2분도 안돼 무너졌다. 브라질 아마릴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월드컵 결승전은 역전극으로 끝난다는 징크스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후반 체력저하로 하강곡선의 체코와 달리 브라질은 총력전 끝에 지토와 바바가 연속골을 기록, 브라질 2연패로 막을 내렸다. 칠레는 유고를 제압, 3위를 차지했고 득점왕은 4득점한 알베르트(헝가리).이바노프(소련).예르코비치(유고).산체스(칠레).가린샤(브라질).

이주녕 축구평론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