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과외 신고제

입력 2001-03-09 00:00:00

우리나라 사람들의 저축 목표 1위가 '자녀 교육비 마련'이라고 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7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저축 목표의 1위가 늘 '내 집 마련이나 더 좋은 집 마련'이었지만 지난해부터 2위로 밀려났다.

응답자의 20.1%를 차지한 '자녀 교육비 마련'이 '내 집 마련…'의 19.5%를 제쳤다. 주부들의 43%가 자녀 과외비 조달을 위해 부업을 하며, 사교육비 지출이 가계 소득의 20.7%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자녀 교육비'라는 건 무엇인가. 학교 등록금 비중도 가볍지는 않겠지만, 상당 부분이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고 과외를 시키는 데 드는 사교육비다. 한국은행은 국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연간 20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오죽하면 '자식 농사'를 그 해 투입한 돈과 학교에서 받은 점수를 비교해 결산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겼겠는가. 아무튼 우리는 이 같이 서글픈 현실에 놓여 있다.

7월부터 시행되는 '과외 신고제'는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과외 금지 위헌 결정 이후 공백 상태였던 고액과외 제지를 위한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부터 벌금.금고형까지 3단계로 제재를 받게 된다. '과외 면허'세금으로 공교육을 지원할 근거도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성실 신고'를 전제로 하고, 고액 과외소득자에 대한 세금 부과 방법도 불투명해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이 신고제가 되레 과외비 인상의 빌미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마저 없지 않다. 적지 않은 개인교습자들이 면세점 이상의 소득을 올리므로 오히려 신고를 외면하게 만들고, 고액 교습자들만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형 개인과외'도 단속할 인력이 없고, 적발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이 제도는 상징적 효과만 있고, 개인과외를 더 늘어나게 하지 않을지도 걱정된다. 공교육의 내실화가 사교육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어쨌든 사교육비 부담 덜기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제다. 정부는 이 신고제를 더욱 보완해 국민들을 '사교육의 덫'에서 헤어나게 할 수 있어야만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도 교육의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인식을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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