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실패 예방접종론

입력 2001-03-08 00:00:00

사람들의 인생에 실패가 없었다면 그것은 참으로 거짓말일게다. 성인(聖人)도 캐서 보면 철저하게 비참하게 살았고, 실패한 삶이 있다.

공자(孔子)는 탄생부터가 여느사람과 다르다. 세속적으로 관찰하면 그렇다. 세번째 첩의 아들로, 그것도 '야합(野合)'으로 태어나 부모도 일찍 여의고 아내와 자식을 먼저 보내야 했다. 탄생환경은 그렇다치고 어떻게 보면 철저하게 실패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할 수 있다. 나이 35세에 조국 노(魯)나라 정치에 환멸을 느껴 제1차 열국주유(列國周遊)에 나서지만 어느 누구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귀국해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지금 우리의 정치판처럼 당시의 실세들이 자기들의 영역안에 끼어 줄리 만무했다. 다만 권력 핵심들의 전횡과 협잡은 정치판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절망감만 각인시켜 주었을 뿐이었다.

◈되풀이되는 정치인의 실정

다시 공자는 길을 떠난다. 14년간 일곱나라를 떠돌아 다녔지만 정치적으로 각광은 커녕 '상갓집 개(喪家之狗)'라는 비아냥까지 들었어야만 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정해진 길이다. 나이가 일흔에 가까워져 귀국했으나 몸은 지쳤고 늙었다. 자신이 늘 희망한 이상적인 정치의 꿈을 펴보지 못하고 5년뒤에 삶을 마감한다. 잠못 이루고 별을 헤던 밤도, 배고픔과 멸시를 참아가며 길을 재촉한 그 유명한 '철환천하(轍環天下)'도 막을 내린 것이다. 정치현장 본류(本流)에 들어가지 못한 철저한 실패가 아닌가.

공자의 실패와 단순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정치현장을 거쳐간 여덟명의 역대 대통령중에 더러는 지탄받는 정치행적으로 해서 지금도 국민들의 비난이 숙지지 않는다. 과대망상에 빠져 민초(民草)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해 국민들을 피곤으로 몰아 넣었고 독재와 독단(獨斷)은 자신의 삶에 불행으로까지 이어졌다.이승만 대통령의 10년 집권도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정치실종이었다. 3.15 부정선거 등으로 결국 4.19 혁명으로 붕괴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종신집권을 노린 야욕(野慾)이 부른 민의의 배반이다. 박정희 대통령도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한 독재로 해서 평가는 비난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바르게 다스려서 백성들로 하여금 수긍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正治)와는 거리가 먼 억압통치였다. 퇴임후 구속된 대통령으로 기록된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이나 아들까지 감옥에 보낸 김영삼 대통령도 세속적인 차원에서 봐도 실패한 대통령이다.

너나 할것없이 늘 정권이 교체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걸었다. 국가의 발전, 비전이 있는 정치 등에 대한 민초들의 희망이 물거품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더이상의 기대를 접고 산지 오래다. 늘 그 수준인 정치행태도 그렇고 대권을 노린다는 소위 지도자들의 몸가짐이 과연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것인가 되돌아 보면 역시 아니다다. 말 바꾸기를 밥먹듯이 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아들이 군대도 안간 지도자가 표를 모아달라고 소리치고 있고, 불법으로 조성한 정치자금이 지금도 쟁점으로 남아 있는 건 우리 정치수준의 현주소다.

◈실패활용, 더큰 실정 막아야

실패경험을 활용할 방안모색이 지금 필요하다.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더욱 확실하기 때문이다. '정치인 실패 박물관'같은 것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IMF를 받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도 내 책임이 아니라는 어떤 대통령의 자서전도 이 박물관의 수집 대상물이다. 총칼로 국가권력을 뒤엎은 사실을 기록한 사료(史料)와 정계은퇴 번복, 정치 환경이 바뀔때마다 달리지는 정치인들의 발언 등을 한 곳에 모으면 참으로 요란한 박물관이 될 것 같다. 허둥대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예방접종을 맞히자는 것이다. 실패 경험을 활용하는 것은 정신차려서 큰 실패를 예방 하자는 의미다. 실패할 소지가 있는 정치인은 지도자 대열에서 배제한다는 목적이다.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증을 주는 정치인들의 실패낭비를 그들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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