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교육위기,이대론 안된다

입력 2001-03-06 15:00:00

1980년 이후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과외 금지, 대입 본고사 폐지, 고교 보충수업 폐지, 교원 개혁, 내신성적 제도, 수능시험 난이도 하향조정 등 6대 교육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보고서는 최근의 '교육 이민' 열풍과 맞물려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공교육 위기 현상에 대한 우려는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정부측 연구기관의 이 같은 분석은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이들 교육정책이 새 규제를 낳았을 뿐 초·중등 정규학교의 통상적인 교습기능조차 사교육이 대치하는 '공교육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빚었다는 지적은 무엇을 말하는가. KDI도 분석하고 있듯이 입시 위주 교육과 사교육 비대화를 가져오고, 과외 금지 조치가 되레 과외 부담 증가를 불렀으며, 대입 본고사 폐지가 대학의 선발권을 잃게 하는가 하면, 수능시험 하향 조정이 입시 혼란과 학력 저하를 유발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간의 교육개혁이 국민 대다수가 신뢰하지 않는 공교육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오히려 뒷걸음질하게 한 까닭은 어디에 있었을까. 이 문제를 놓고 많은 논란이 예상되지만, 집행 과정이나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발 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정권과 교육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뿌리째 흔들린 교육정책은 오류와 실패를 부르는 꼴이지 않았는가.

엊그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이민·유학 박람회에는 무려 4만5천명이나 몰려들었으며, 이들의 대부분이 우리 교육 현실에 자녀를 맡길 수 없어 해외로 떠나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이는 두말 할 나위 없이 우리의 공교육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에만 기대했다가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 대학 입시에서 실패하는 등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절박감이 과도한 부담을 안아야 하는 사교육으로 내몰고, '교육 이민'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이 같은 심각한 현실을 바로잡을 근원적인 치유책을 찾고, 교육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꿔나가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공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다. 무너진 공교육 체계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의 내용과 질을 높여야 한다. 평준화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되 하향평준화를 막기 위해 특목고를 제대로 육성하고, 자립형 사립고도 단계적으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변별력을 잃은 수능과 성적 부풀리기를 부르는 내신성적 제도를 재검토하고, 학교에도 경쟁원리와, 자율성 확대도 따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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