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최하위 탈출했다"대구지법 강민구 판사 노력

입력 2001-02-19 12:15:00

"대구 사람은 기질상 양보와 타협이 생명인 조정이 어렵다고요? 천만에요. 순후해서인지 서울보다 (조정이) 훨씬 잘 성사되더군요. "

소송 당사자 쌍방의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민사사건을 복잡한 재판까지 끌고가지 않고 조정으로 해결하는 대구지법 제12민사부 강민구(43) 부장판사. 그는 '조정의 달인'이다.

그는 지난해 2월 대구지법에 부임한 뒤 곧바로 조정에 팔을 걷어붙여 월평균 30~40건을 조정으로 소송 당사자의 합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 그같은 성과는 대구 법원에서는 물론 전국에서 최고다.

그의 부임 당시 제12민사부에는 경제난 이후 소송이 밀려든 탓에 550여건의 미제사건이 쌓여 있었다. 자연 첫 재판 날짜도 소장 접수후 6개월이 걸릴 정도로 민원인의 불만이 컸다.

그는 해결책은 조정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가족 모두 대구로 이사해 주말에 서울에 가는 부담을 줄인 뒤 재판이 없는 매주 월, 토요일 이틀을 아예 조정의 날로 잡았다. 당사자의 호소를 듣느라 무려 5시간반동안의 마라톤 조정까지 벌였다.

"대구가 민사조정률 전국 최하위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소송 당사자의 주장을 인내심을 갖고 들어준 결과 놀라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지난해 4월에는 조정에 회부한 40건중 32건이 합의했습니다"

강 부장판사의 조정 성공률은 조정에 회부한 사건의 절반. 재판에 불복해 항소하는 비율도 종전 40%에서 20%대로 떨어졌다. 꼭 1년만에 미제 사건이 300건대로 줄었고 새로 들어오는 사건의 재판 날짜 지정도 1~2개월내로 크게 줄었다.

"조정에 성공하려면 먼저 재판장이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재판장에겐 500여건의 사건중 한 건이지만 소송 당사자에겐 평생 한번인 소송이거든요. 사건 하나 하나에 애정을 가지고 당사자의 하소연을 인내력을 갖고 충분히 들으면 해답이 보입니다"

그가 조정 성사를 위해 중요시 하는 것은 이른바 '심리적 무장해제'. 이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소송당사자 마음의 빗장은, 사건과 상관없는 인생살이의 진솔한 얘기로 다가가면 절로 풀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경험의 산물이다. 그가 경북 선산에서 자라며 소먹이던 일, 조모가 행상에게 공짜로 숙식을 제공한 일들은 자주 동원하는 메뉴다.

지난해 대구 한 건설업체와 모 종중 사이의 90억원 소송 사건을 조정으로 해결, 기업의 부도를 막은 것을 보람의 하나로 기억하는 강 부장판사는 "내달 1일부터 시작하는 집중심리제 등 신민사모델의 성패 역시 조정 활성화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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